김성수의 뮤직줌 <120>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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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 <120>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오르간 웅장한 울림+오케스트라 화려한 음색 '극적 효과'
고전적 형식의 프랑스 교향곡 중 ‘최고’
순환형식 두개 악장 구성 1886년 초연
“프랑스의 베토벤” 찬사…리스트에 헌정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생상스
프랑스 파리 출신의 생상스(Charles-Camille Saint-Saens, 1835~1921)는 오르가니스트,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활약한 낭만주의 음악가로, 프랑스 음악을 언급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의 작품을 편집하기도 했고, 프랑스 민족주의 음악가로 프랑스 음악을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1871년 로맹 뷔시느(Romain Bussine, 1830~1899)와 함께 국민 음악회(Societe Nationale de Musique)를 설립했다. 이들의 활동은 음악적 소재를 프랑스의 민속음악뿐만 아니라 프랑수아 쿠프랭(Francois Couperin, 1668~1733), 라모, 팔레스트리나(Giovanni Pierluigi da Palestrina, 1525~1594) 등 과거 프랑스의 뛰어난 음악가의 작품에서 작곡의 소재를 모색했다.



생상스 교향곡 3번이 초연됐던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홀
●카미유 생상스, 신동으로 불리며 잠재력 보유

1835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생상스는 유년기부터 신동으로 불리며 음악가로서 잠재력이 돋보였다. 비록 생상스가 태어나고 두 달 만에 그의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사망했으나 어머니 클레망스 생상스(Francoise-Clemence Saint-Saens, 1809~1888)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봤다. 생상스는 2살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작곡을 할 수 있었다. 또한 3살 무렵 글을 읽고 쓰며 7살에 라틴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1839년 3월 그가 최초로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작은 단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이미 11살에 플레이엘 극장에서 데뷔 무대를 갖고 13살에 파리음악원의 오르간 전공으로 입학하여 1위를 차지했다.

1853년 그가 18세 때 교향곡 1번을 완성하고, 파리의 생메리(Saint-Merri)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다 1858년부터 1877년까지 파리를 대표하는 라 마들렌(La Madeleine) 교회에서 20년 동안 오르간 주자로 봉직했다. 그는 해외로부터 많은 초청연주 요청을 받아 활동이 잦아지자 오르가니스트는 사임했다. 이후 창작에 매진하며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와 첼로 협주곡 2번 등을 완성했다.



●오르간과 생상스…제자 쥐구 “경쟁자는 모차르트 뿐”

생상스의 제자이자 프랑스에서 작곡 및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한 외젠 쥐구(Eugene Gigout, 1844~1925)는 마들렌 교회에서 생상스의 즉흥 연주를 듣고 “그의 연주를 감상하는 것은 큰 행운이며 그와 경쟁할 연주자는 없다”고 단언하며 생상스의 뛰어난 연주에 감탄했다. 당시 파리음악원의 교수였던 샤를-마리 비도르(Charles-Marie Widor, 1844~1937)는 생상의 연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즉흥 연주자로서 음악사에서 그 누구와 견줄만한 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 만약 그와 비교할만한 자가 오직 한 명 있다면 그는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이다.”

생상스는 1882년 마들렌 교회에서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Saint Francis Preaching to the Birds)’를 오르간으로 즉흥 연주하게 된다. 리스트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생상스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오르가니스트다”라고 탄복하며 당시를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생상스는 신기한 방법으로 오르간을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했다. 생상스는 뛰어난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가능했다. 전 세계 어떤 유능한 오르가니스트들이 있을지라도 생상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마들렌 교회의 오르간
●교향곡 3번 오르간…최고작품 찬사

생상스는 모두 5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1850년에 작곡된 그의 최초의 교향곡 가장조와 56년에 작곡한 바장조 우르부스 로마(Urbs Roma) 교향곡은 생전에 출판되지 않았고, 1974년 출판되었다.

교향곡 1번 작품 2(1853년 작곡)와 교향곡 2번 작품 55(1859년 작곡)에 비해 가장 많이 알려진 교향곡 3번 오르간은 1886년 작곡되었다. 이 시기는 그의 예술적 경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로 교향곡에 오르간을 도입한 독창적인 대편성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오르간의 효과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교향곡은 오르간의 웅장한 울림과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이 어우러져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또한 교향시와 같은 색채감과 오르간 효과로 종교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이 교향곡은 고전적인 형식을 갖춘 프랑스 교향곡 중 최고의 작품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교향곡 3번 작품78은 1885년 8월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협회(Royal Philharmonic Society)에서 위촉받은 작품이다. 당시의 협회의 제안은 이례적이었다.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시에 특화된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에게 영국에서 교향곡을 요청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였다. 특히 독일의 고전음악과 낭만주의 음악이 주류를 차지했던 당시 음악계에서 프랑스 작곡가에게 교향곡을 의뢰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생상스는 1886년 2월 19일 편지에서 자신의 신작에 대해 한 대의 피아노에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구성과 오르간을 언급하며 초연은 자신이 지휘하는 것을 희망했다. 작품은 동물의 사육제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어 1886년 4월 말에 완성되었다.

생상스


●음악적 특징…순환형식 두 개 악장 구성

교향곡은 순환형식의 두 개 악장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악장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눠 첫 번째 파트는 1악장과 2악장, 두 번째 부분은 3악장과 4악장으로 사실상 교향곡의 네 개 악장과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1악장은 느린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아다지오 론도 형식, 3악장은 스케르초 복합 3부분 형식, 4악장은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교향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같이 주제 변형을 통해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이 교향곡의 주제가 전 악장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나타난다. 특히 순환주제 1은 중세 부속가 ‘분노의 날(Dies Irae)’의 선율을 인용해 4개 악장 전반에 가장 많이 사용했다.

1886년 로얄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초연 프로그램


●영국 런던서 초연…친구 리스트에 작품 헌정

1886년 5월 19일 필하모닉 협회의 5회 정기 연주회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런던 세인트 제임스 홀(Saint James’s Hall)에서 교향곡 3번이 초연되었다. 공연의 전반부는 아서 설리번(Sir Arthur Seymour Sullivan, 1842~1900)의 지휘와 생상스의 피아노 연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후반부는 작곡가를 초청하여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게 하는 협회의 전통에 따라 생상스 자신의 지휘로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런던의 성공적인 초연은 이후 1886년 8월 5일 독일의 아헨(Aix-la-Chapelle)에서도 이뤄지고, 1887년 파리 초연 또한 생상스의 지휘로 성공적인 연주를 가졌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샤를 프랑수아 구노 (Charles-Francois Gounod, 1818~1893)는 “프랑스의 베토벤이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작품의 헌정은 1886년 7월 31일 세상을 떠난 친구이자 멘토였던 프란츠 리스트에게 전해졌다.

김성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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