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차르트 |
![]() 리치노프스키 |
1789년 초 모차르트는 경제적 악화와 계속된 작곡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고 리치노프스키(Carl von Lichnowsky·1756~1814) 공의 추천으로 프라하에서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베를린으로 음악 여행을 떠났다. 그해 가을 당대 최고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빈 궁정 오케스트라 단원인 슈타틀러(Anton Stadler·1753~1812)를 위해 클라리넷 5중주(Clarinet Quintet K.581)를 작곡했다.
비슷한 시기 고전시대 대본 작가인 폰테(Lerenzo Da Ponte·1749~1838)와 함께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e)도 작곡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시작은 클라리넷과 바셋 호른(Bassetthorn) 연주에 능한 슈타틀러를 위해 작곡됐다. 중저음의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인 바셋 호른의 음색에 매료된 모차르트는 사장조의 바셋 호른을 위해 1789년 10월 협주곡의 1악장을 완성했다. 1791년 9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나머지 2개 악장을 추가해 이 협주곡이 완성됐다.
이후 클라리넷을 위한 가장조로도 편곡됐다. 하지만 오늘날 바셋 호른이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멸했고 근래에는 가장조 클라리넷으로만 연주되고 있다. 이로써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인 1791년 10월에 완성한 그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을 완성하게 됐다.
![]()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포스터 |
●만하임·런던 관현악단서 첫 클라리넷 연주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1763~1766년 만하임 관현악단과 런던 관현악단에서 연주를 보던 시기다.
그의 말년에 빈과 독일어권 남부에서 클라리넷이 발전하며 오케스트라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모차르트 이전은 오케스트라나 독주 악기로 클라리넷이 인정받지 못했으나 모차르트를 통해 악기가 재조명되고, 오케스트라의 정규 악기로 편성됐다.
클라리넷에 대한 관심이 늦은 반면 거의 모든 장르 음악에 클라리넷을 사용했다. 세레나데 K.361, 디베르티멘토 K.166, K186, 성악을 포함한 관현악곡 K.490, K.505, 외에도 피아노 5중주 K.452, 피아노 협주곡 K.482, 488, 491, 교향곡 K.550 등 작품에 클라리넷을 등장시켜 특징적인 선율과 뉘앙스를 표현하며 다양한 음악적 연출을 시도했다. 모차르트는 클라리넷을 교향곡 보다 오페라에서 감정표출의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했다.
![]() 슈타틀러 |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협주곡인 클라리넷 협주곡은 그의 말기 작품답게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노래하듯 때로는 경쟁하듯이 오케스트라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노래하는 협주곡이다.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악기의 기량과 음색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작곡됐다. 이례적으로 카덴차 없는 협주곡을 만들어 연주자에 다양한 버전의 카덴차를 선택하고 연주할 수 있게 했다.
폭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모차르트 특유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내고 있어 클라리넷 음악의 정수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거나 배우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배우고 싶은, 배워야 하는 곡으로 꼽힌다.
고전 협주곡 기본 악장 구조인 빠름-느림-빠름 순서의 3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전달하고 3부 형식 2악장은 평화로움과 서정성을 담고 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ST로도 사용된 2악장 선율은 아프리카 대자연과 어우러져 백미를 자아낸 악장이기도 하다. 익살스러운 3악장 주제는 클라리넷의 다양한 스케일 기교와 아티큘레이션의 묘미를 동시에 들려준다. 화려한 주제는 론도 형식을 취하며 협주곡의 정석을 들려주고 있다.
![]() 바셋 클라리넷 |
●음악적 특징
‘천상의 음악’, ‘백조의 노래’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의 마지막 협주곡은 이후 베버와 닐센(Carl August Nielsen·1865~1931), 코플랜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며 새로운 클라리넷 협주곡을 완성했다. 하지만 그 어떤 클라리넷 협주곡도 모차르트가 남긴 그의 마지막 협주곡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하다.
이 음악은 40년 전 개봉 당시 극찬받은 시드니 폴락(Sydney Irwin Pollack·1934~)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Charles Robert Redford Jr·1936~)와 메릴 스트립(Mary Louise Streep·1947~) 주연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영화음악으로 사용돼 화제가 됐다. 이후 이 협주곡은 영화에 사용된 대표 클래식 음악으로 소개되고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인생 이야기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아프리카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힐링을 주지만 이 협주곡 2악장이 주는 평온함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하고 있다.
모차르트 생의 말기, 건강 악화와 경제적 압박 가운데 완성된 곡이라고 하기엔 너무 대조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다. 비록 삶은 고달프고 힘들지만 스스로 돌보며 행복을 찾고 삶을 즐기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김성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