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결한 민족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원곡 악보. |
![]() 1973년 9월 11일살바도르 아옌데 마지막 사진(중앙 안경쓴 인물). |
![]() 프레데릭 제프스키. |
![]() 프레데릭 제프스키. |
●작품의 특징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The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 1975)”은 세르히오 오르테가(Sergio Ortega)의 칠레 민중가요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를 바탕한 주제와 36개의 변주로 구성된 변주곡이다. 오늘날 피아노 문헌의 현대적 고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때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이후 가장 의미있는 변주곡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 곡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모두 36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부는 서정적이고 선율적이며 사색적인 반면, 다른 일부는 격렬하고 거의 무조적(atonal)인 성격을 띤다. 전체적으로 각 변주는 짧고 상당히 강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36개의 변주의 주제는 36마디를 따르며, 6개의 변주곡은 한 세트가 되어 총 6개 세트 구성의 36개의 변주곡을 이루고 있다. 6의 배수 변주곡은 이전 5개의 변주들을 요약하며, 마치 다섯 개의 변주를 재현부처럼 회상하며 등장시킨다. 특별히 마지막 세트인 31~35변주에서는 이전 전체 변주들을 부분적으로 다시 회상하며 반복하고, 마지막 36변주는 사실상 곡 전체를 축소한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에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선택적 카덴차가 있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변주곡의 주제를 다시 재현하며 웅장하게 마친다. 이 곡은 칠레 민중의 저항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사회적 투쟁을 반영하며 깊은 예술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중요한 음악 작품이다.
●작곡 배경
이 변주곡의 기반이 되는 노래는 1969년에서 1973년 사이 칠레의 우니다드 포퓰라르(Unidad Popular) 연합에서 등장한 수많은 노래 중 하나로, 1970년 칠레 작곡가 세르히오 오르테가 (Sergio Ortega, 1938~2003)가 작곡했다.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정부가 전복되기 이전 시기이다. 제프스키는 이 변주곡을 1975년 9월과 10월에 작곡했으며, 이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억압적인 새 정권에 맞서는 칠레 민중의 투쟁에 대한 헌사로 의도되었다. 실제로 이 작품은 같은 시기 및 바로 직전의 다른 좌파 투쟁에 대한 암시도 담고 있으며, 이탈리아 전통 사회주의 노래 “Bandiera Rossa”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의 “Solidarity Song”에서 인용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콜롬비아 정치가 호르헤 가이탄이 주창한 구호의 가사는 대표적인 민중가요로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의 원곡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일어서라, 싸워라/우리는 승리할 것이다/이미 전진하고 있다/단결의 깃발들이/그리고 너도 올 것이다/나와 함께 행진하며/그리하여 보게 될 것이다/너의 노래와 너의 깃발이 피어나는 것을/붉은 새벽의 빛이/이미 알리고 있다/다가올 삶을/(중략)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연주 및 작곡기법
연주자는 고도의 기교뿐만 아니라 휘파람을 불거나, 피아노 덮개를 세게 닫거나, 강렬한 연주 이후 남은 진동을 통해 배음(harmonics)으로 만드는 등의 다양한 ‘확장된’ 연주기법을 요구한다. 작품의 많은 부분은 19세기 낭만주의의 음악 기법을 사용하지만, 이 기법을 판다이아토닉 음계(pandiatonic tonality: 온음계적 조성), 선법적 작곡(modal writing), 음열 기법(serial techniques)과 혼합하여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점묘주의, 미니멀리즘, 선율 인용, 조성과 무조성의 결합, 재즈 표현양식의 영향, 즉흥적 음악, 우연성의 음악 등의 20세기 음악어법을 나타내는 재료로도 쓰일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결합, 절충하여 통일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연 및 헌정
작품은 1976년 2월 7일,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 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Bi-Centennial Piano Series의 일환으로 현재 미국 매네스 음대 교수인 우르술라 오펜스(Ursula Oppens, 1944~ )가 초연했다. 우르술라 오펜스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의뢰하고, 초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 볼컴(William Bolcom), 엘리엇 카터(Elliott Carter), 존 코릴리아노(John Corigliano), 앤서니 데이비스(Anthony Davis), 콘론 낸캐로우(Conlon Nancarrow), 토비아스 피커(Tobias Picker), 앨런 숀(Allen Shawn) 등의 작품을 오펜스가 의뢰했거나 그녀를 위해 작품을 쓴 작곡가들이 있다. 제프스키는 이 변주곡을 작품을 의뢰한 오펜스에게 헌정했으며, 오펜스는 1979년에 이 곡을 녹음했다. 그녀의 녹음은 그 해 Record World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되었으며,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현대곡이라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특별한 묘미가 있다. 주제 선율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인상과 함께 변주곡의 변화무쌍한 변형된 주제들을 찾으면서 감상할 수 있다. 특별히 이 변주곡의 숨은 의미를 생각하며 제프스키가 의도한 주제 선율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동등한 또는 대가들을 뛰어넘고 있다. 주제 변형을 다양하게 만듦으로 구성의 유기성을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