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직후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김태규 기자 |
기관지 통증부터 두통, 피부 발진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화재로 인한 연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인적·물적피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화재 진화율은 95%로, 소방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잔불 진화와 연기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광산구에 접수된 화재 피해 신고는 354건으로 집계됐다. 기관지 통증, 두통, 피부 발진 등 인적피해는 167건, 분진 등으로 인한 물적피해는 120건이었다. 영업 보상 등을 요구하는 기타 신고는 67건에 달했다.
인적 피해 상당수는 고무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민원이 이어졌고 물적피해의 경우 불에 탄 고무 분진이 상공에 퍼졌다가 떨어져 아파트와 주차 차량 등에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많았다.
관할 자치구인 광산구는 금호타이어와의 협의를 거쳐 인근 주민 피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현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 피해 조사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진행되며, 광산구는 송정보건지소 1층에 공동 접수처를 설치했다.
피해현황 실태조사는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사전절차로, 향후 금호타이어에서 피해 보상 절차를 별도로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화재로 인한 연기는 불을 모두 끄더라도 2~3일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피해 신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현재 굴삭기, 무인 방수 파기차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막바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재 진화율은 95%로, 불이 난 2공장 내부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 있다.
화재 당시 2공장에는 타이어 원료로 사용하는 생고무 20t 가량이 보관돼 있었고, 생고무를 예열하는 산업용 오븐 장치에서 원인 불명의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굴삭기로 벽을 허물어 불씨가 남아 있는 장소에 소방용수를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소방펌프에 탑재돼 있는 송풍기 등 장비로 연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17일부터 전국에서 온 특수장비를 대거 투입해 약 31시간 40분만에 주불을 잡아냈고, 이날 중 완전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광주공장 정련 공정 건물 내부가 이날 오후 붕괴 조짐을 보여 화재 현장 내부로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철수했다.
3층 건물 가운데 2층과 3층 바닥이 아래로 50㎝가량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불을 끄더라도 재발화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돼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국과수는 이날 소방당국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화재 진화가 마무리되지 않아 오는 21일 합동감식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2공장 내 정련 공정 지점에서 경찰, 국과수와 합동감식을 하려고 했지만, 불씨를 아직 제거하지 못했고 추가 붕괴 위험 우려에 다음으로 연기됐다”며 “이날 화재 현장에서는 사전 조사가 이뤄졌고, 무인 방수 파괴차와 굴삭기 등 장비를 동원해 불씨 진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 연기로 인한 주민 피해가 속출하자 시민사회·환경단체에서는 주민 건강·환경 피해를 철저히 조사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이번 사고에서 우려되는 점은 화재로 인한 유해 화학물질의 대기 중 방출이다”며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불완전 연소 생성물, 기타 유해 화학 물질 등이 대기 중으로 어디까지 퍼졌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시와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기오염물질 확산 범위와 속도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야한다”며 “주민건강 피해에 대한 사후조치와 함께 향후 유사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알림·대피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