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
중요 생산시설을 잃은 금호타이어가 시설 복구 또는 함평 이전 등 두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가운데 광주시가 공장 이전의 선결과제격인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금호타이어와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2공장동 14만925㎡ 중 7~8만㎡(전체 면적의 50~60%)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2공장동은 타이어 원재료인 생고무와 각종 화학약품을 혼합해 고온 상태에서 가공하는 등 타이어 제조의 핵심 공정 중 하나인 정련공정이 진행되는 시설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금호타이어는 현 위치 복원과 이전 신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1974년 공장이 준공돼 설비나 기반시설이 노후됐고, 전기차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된 만큼 이전 신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이전을 위해 지난해 10월 빛그린국가산업단지 2단계 사업구역 내(함평군 월야면 외치리 일원) 50만㎡(약 15만1,250평)를 1,160억8,417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체결했다. 금호타이어는 거래대금 중 이미 지급한 계약금 116억원을 제외한 잔여 잔금을 2029년 10월 30일까지 분할 납부하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도 공장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동안 회사 측은 공장 부지를 상가나 아파트 건설 등이 가능하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이전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광주시의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이전 작업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와 관련, 강기정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시는 일관되게 금호타이어에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용도변경 문제는 법에 허용한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적용하겠다”며 “화재 사고와 관계가 있든 없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 마련과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행할 투자자 확보는 이전 사업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지역경제계에서는 경제 피해 최소화와 공장 정상화를 위해 금호타이어 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자본 먹튀 논란과 부동산·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현재 부지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블스타의 전방위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질 경우 공장 이전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이번 화재로 생산 주요 공정이 멈춰서면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후 독립 경영 체제를 고수해왔던 더블스타가 광주공장에 대한 금전 지원 등 강력한 복구 의지를 보여준다면 공장 이전 사업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의 하루 생산량(3만3,000본)에 대해 평택, 곡성 공장으로의 전환을 신속히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다”며 “사고 경위 및 피해 규모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공장 이전 또는 시설 복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DB손보, 현대해상, 삼성화재,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KB손보 등에 1조2,947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해둔 상태다. 최대 보상한도는 5,000억원이다.
길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