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식
그날은 폭설이 내렸다
첫눈 오는 날,
첫사랑도 아닌 사람이 바람타고 꿈속에서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첫눈 오는 날,
지금쯤 거리에서는 다정한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퍼질 것이고
하늘에서 더더욱 눈이 내릴 것이다
눈 그친 어느 날엔
살갗을 뜯어내는 냉기가
미쳐 녹지 않은 눈 위로
투명한 살얼음판을 만들고
지붕을 덮어버린 눈의 무게는
자꾸만 호흡을 가쁘게 하고
머리에 얹어지는 따뜻한 물수건의 온기가
발끝까지 번지면
마지막 잎새 유리창에 그려져 있다
오늘도 눈이 내린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애처로웠다
사색의창
갑오년도 서서히 저물어 을미년의 새해가 오고 있다. 마지막 잎새의 고독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한 해가 지나가는 날에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를 접한다. 을미년에는 가난한 모든 사람들이 풍요속에 행복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창식 시인은 한국 최초 사이버문학인협회 창설 멤버로 언론인 출신 시인이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