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형섭 원로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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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는 단시조 100편이 실렸으며 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사계절을 주제로 한 68편과 5부 ‘인연’, 6부 ‘전라도여’에 담긴 32편이 더해졌다.
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라며 “고려 말부터 조상들이 즐겨 노래한 멋과 풍류가 담긴, 우리의 큰 자랑인 문학적 양식이다. 단시조 한 편을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아한 시어에 담긴 진정성이 독자들에게 닿길 바란다”고 밝혔다.
표제작 ‘새벽’은 “어둠이/ 밀려가고/ 하늘이 열리고요// 달빛이/ 물러가자/ 별빛도 달아나고요// 어스름/ 저편에서/ 새소리 들려와요”라는 구절을 통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찰나의 정적과 생명의 움직임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풀어냈다.
삶의 통찰을 담은 작품들도 돋보인다. ‘빈 항아리’에서는 “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라고 노래하며, 단시조 특유의 간결한 형식을 통해 삶의 인내와 성숙의 과정을 성찰한다.
‘아버지 무덤가에’는 “허물고/ 새로 짓는/ 고속도로를 따라// 산등선/ 베어내고/ 너른 길을 만들었다// 아버지/ 묻힌 산도/ 깎여 나가버렸다”는 시구로, 산업화와 개발 속에 사라진 자연과 가족의 기억을 애틋하게 환기시킨다. 시인은 이처럼 개인의 서정을 넘어 공동체적 기억과 세상의 흐름을 함께 담아낸다.
1942년 화순 출생인 손형섭 작가는 광주상고와 전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손 작가는 2007년 정년퇴임 후 고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뒤늦게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2017년 ‘문학예술’로 시와 수필 부문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데뷔한 뒤,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등을 펴냈다. 2023년 ‘월간문학’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첫 시조집을 상재하며 단시조 창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시 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