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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 죽물시장 |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다. 전통적인 한국의 장터는 경제와 문화, 사람이 만나는 통합의 공간이었으며 시골 사람들의 중요한 만남의 장이었다. 장터에는 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영신 작가는 그 이야기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정 작가는 1970년대 오일장이 번성하던 시절부터 쇠락해 가는 현재까지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며 변화의 흐름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책은 오일장이라는 장소가 단순한 물건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형성하고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마트와 편의점의 확산, 구멍가게와 난전의 사라짐, 농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전통적인 오일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히 장터의 변화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정영신 작가는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지역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 깊이 다가갔다.
정 작가의 사진과 글은 전남의 각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강진, 장흥, 진도, 해남, 함평 등 전남의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기록했다. 강진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장이며, 장흥은 문화와 문학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진도는 민속의 보물창고로, 함평은 자연과 곤충의 보고이며, 해남은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들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장터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삶과 결합돼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정 작가는 이들 지역의 장터를 기록하면서 그곳에서 펼쳐지는 물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장터에서 만난 어매와 할매, 장꾼들의 표정 속에는 땅과 자연에서 나온 푸르디푸른 삶의 기운이 담겨 있다. 그는 단순히 물건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와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장터의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정 작가의 책은 그가 40년 동안 장터에서 기록한 결과물이다. 장터에서 흘러간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기록해온 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오일장이 지닌 의미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1958년 함평에서 태어난 정영신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소설가다. 1980년대 전북 장수, 진안, 무주 등 산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시골 장터에서 마주한 민중의 삶을 포착했다.
조혜원 기자
![]() 장흥 관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