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향한 집요한 응시, 치열한 삶의 기록
문학출판

진실을 향한 집요한 응시, 치열한 삶의 기록

광주 출신 박종화 시인
시집 ‘치밀한 빈틈’ 출간

치밀한 빈틈
“멀리서 보니/난파선 위의 점 하나//가까이 다가가니/점은 사람이었다//찾지 않으면/사라지고 마는/바다 위/점 같은 것//배반의 점에 가까이 가면/진실이 보인다/사람이 보인다”(‘치밀한 빈틈’ 중 ‘진실2’에서)

광주 출신 박종화 시인이 시집 ‘치밀한 빈틈’(문학들)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그가 살아온 삶, 이 시대의 위선과 거짓, 상처와 고통을 진실하게 응시하는 시선이 담겼다.

민중가요의 선봉이자 서예가, 공연 연출자, 그리고 시인. 박종화의 이름 앞에 붙는 직함은 많지만, 그 하나하나가 그저 명패에 머물지 않는다. 그에게 예술은 곧 생존의 증명이며, 투쟁의 기억이고, 사랑의 실천이었다. 최근 박 시인이 23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치밀한 빈틈’은 바로 그런 그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든 시의 기록이다.

이번 시집은 우리 시대의 위선과 거짓에 대한 고발이자 반성의 시집이다.

“병 주고 약을 주는 계급이 있구나/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갈지자 계급이 있구나”라는 구절은 사회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직시를 담고 있다. “치밀한 빈틈/악마의 빈틈/늘/곁에 있다”는 시구는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는 모순과 광기를 응시한다.

박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자 쉰 목소리로 노래한다. “노래가 없었다면/나는 칼끝을 걸었던 청춘 시절을/지나오지 못했으리.” 그에게 노래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다. 이는 곧 그의 인생사와도 맞닿는다. 1982년 박관현 열사 항거 당시 체포되고 이후 시위와 공연활동 등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박 시인의 삶은 예술과 현실, 신념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다.

박 시인의 시는 단지 고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살기 위해 피는 꽃을 노래하며 흔들리는 꽃잎보다는 움직이는 뿌리의 진실을 보라 권유한다. 겉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 감정의 뿌리와 몸짓의 진심을 말하는 언어는 이 시대의 독자에게도 유효한 울림을 전한다.

박종화 시인
추천사 속 김해화 시인은 “배신에 관한 시로 채워진 시집이다”며 “동지들과 함께했던 가치와 원칙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고 평한다. 백자 가수는 “국민을 배반한 대통령을 심판한 봄날에 듣는 환희의 합창”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곧 ‘치밀한 빈틈’이 단순히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꿰뚫는 외침임을 의미한다.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박종화 시인의 네 번째 시집‘치밀한 빈틈’은 그의 시선이 멈춘 자리, 그리고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가리키고 있다. 진심을 담아 전심전력으로 살아온 시인의 언어는 여전히 치열하고 아름답다.

박종화 시인은 시인, 싱어송라이터, 서예가, 공연연출 총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196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 음악 활동을 시작해 ‘파랑새’, ‘지리산’, ‘투쟁의 한길로’ 등 400여 곡을 발표했으며, 30여 차례 단독 공연과 다수의 사회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92년 시집 ‘바쳐야 한다’외 2권을 펴냈고 서예 활동으로 2007년 개인전 ‘소품’을 시작으로‘임을 위한 행진곡’, ‘나의 삶은 커라’ 등의 타이틀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서예산문집으로 ‘나의 삶은 커라’ 외 3권을 출간했다. 이밖에 ‘30주년 5·18전야제’ 등 다수 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참여하며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조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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