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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헤이그 왕립음악원 출신 연주가들로 구성된 고음악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Concordi Musici)’를 창단해 솔로 활동 외에 앙상블 연주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헤이그 왕립음악원의 오케스트라인 Atheneum Kamerorkest의 상임 지휘자로 올해 10여 회의 음악회도 예정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랜만에 광주시향과 함께하는 소감은.
▲ 광주시향과는 지난 2014년 리코더 협연자로 인연을 맺게 된 이후로부터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 존경하는 홍석원 음악 감독님과 제361회 정기연주회 ‘타임머신’으로 광주 시민 여러분들과 다시 만나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고 다가올 공연에 정말 기대가 크다.
![]()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Atheneum Kamerorkest’의 2021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
▲ 암스테르담은 문화, 예술적으로 활발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다. 램브란트, 베르메르, 반 고흐의 작품이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고흐 미술관은 개인적으로 자주 방문하기도 한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있고 네덜란드 국립오페라와 같은 유럽 최고 수준의 오페라 극장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 네덜란드 국립오페라의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무대에 올리고, 2020년에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스트라빈스키와 테오 루벤디의 작품을 지휘하며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영국의 지휘자 케네스 몽고메리(왼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찍은 사진 |
▲ 어머님이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이시자 음악 애호가셔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리코더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3학년 때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친구들과 이중주로 연주하며 시작하게 됐다.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은 그때 이후로 저는 리코더를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고 연주했다는 것이다.
리코더 공부를 하는 동안 여러 선생님께서 지휘 공부를 병행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천해주셨지만, 악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더 좋은 음악가가 된 후에 지휘를 공부해도 된다는 생각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명지휘자분들의 공연과 리허설을 본 후였다. 당시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이었던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공연과 헤이그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이었던 네이미 예르비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공연을 보며 훌륭한 지휘자는 좋은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많은 연주자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조금 늦은 나이였지만 암스테르담 음악원의 에드 스판야르드(Ed Spanjaard) 교수님께서 제자로 받아주셔서 오케스트라 지휘 과정으로 학부 4년, 석사 2년을 마쳤다.
![]()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영국의 지휘자 케네스 몽고메리(왼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찍은 사진 |
▲ 각각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작업은 지휘인 것 같다. 집중력을 갖고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최고의 소리를 찾아가는 작업은 기악 연주, 인내심을 갖고 섬세하고 꾸준하게 해야 하는 작업은 가르치는 일인 것 같다. 세 가지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제게는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고 느낀다.
- 초등학교 때 배운 리코더로 클래식 곡을 연주한다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리코더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라서 그런지 귀한 악기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데 연주자로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 리코더는 바로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목관악기였지만 고전 시대에 잊혀진 후 20세기에 고음악과 고악기들이 재발견되면서 다시 세상에 돌아온 악기다. 리코더는 20세기 영국과 독일의 교육계에서 어린 학생들이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악기를 찾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쉽게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을 통해 대중화됐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리코더는 초등학생 때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악기이자 어느 집에나 꼭 하나씩은 있는 악기가 됐다. 그래서 오히려 리코더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광주시향과 함께 연주할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의 매력은?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 RV 443은 리코더의 경쾌한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비발디 특유의 리토르넬로 양식이 나타나는데, 이는 리코더가 바로크 시대에 아주 높은 기교를 요구하는 악기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이 작품은 베네치아에서 작곡됐는데, 베네치아는 14세기부터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면서 오스만 제국과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곳이다. 덕분에 18세기 베네치아는 당시 물류 교역의 중심지이자 유럽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2악장은 느린 악장으로 당시 베네치아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광주시향 정기공연의 ‘타임머신’ 공연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번 ‘타임머신’ 공연은 바로크, 고전, 20세기까지 여러 시대의 명곡을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홍석원 음악 감독님의 지휘로 하루에 접할 수 있는 멋진 음악회다. 비발디의 음악이 초연된 베네치아, 모차르트의 비엔나,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가 초연된 파리의 정취를 상상해보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