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21년 신년음악회. |
희망·우정·평화 정신 담아 매 해 신년음악회 개최
올해 80번째 공연 무관중으로…리카르도 무티 지휘
![]()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
이 음악회는 1941년 크라우스(Clemens Krauss)가 시작한 이래 1974년 빌리 보스코프스키(Willi Boskovsky)가 그 뒤를 이어 80년대는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클라이버(Carlos Kleiber) 등이 출연했고, 작년에는 틸레만(Christian Thielemann)이 2020년은 넬손스(Andris Nelsons)가 지휘하며 최근 몇 년은 거의 매해 지휘자들을 바꾸면서 진행하고 있다.
![]() 2021 빈필 신년음악회 포스터. |
1842년 처음 만들어진 최초의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은 전 세계에 희망과 우정, 평화의 정신을 담아 공연을 매해 진행해 왔다. 공연은 90여개 국가에서 방영되어 매 해 약 5천 만 명의 방청자가 지켜보는 클래식계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 잡아왔다.
올해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의 공연장들이 문을 닫고, 연이어 공연이 취소되는 가운데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빈필은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신년음악회의 명맥은 유지되었던 터라 올해 80번째 공연이 특별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청중과 함께 하는 공연을 할지, 무관객 온라인 공연으로 할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빈필도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공연을 진행하고, 대신 전 세계 7,000여명의 사전신청을 받아 박수 소리를 녹음해 1부와 2부가 끝난 뒤 극장의 스피커를 통해 관객들의 함성을 전달했다.
빈의 신년음악회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클래식 공연이자, 새해맞이 콘서트가 되었다.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인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Musikverein Goldener Saal)에서 열리는 이 연주회는 1년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된다. 또한 전 세계에 방송을 통해서도 중계되고, 국내에서는 메가박스에서 실시간 상영과 KBS 방송을 통해서 실황이 중계됐다.
![]() 빈 신년음악회가 열린 무지크페라인 황금홀(Musikverein Goldener Saal). |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서양 고전음악의 춤곡인 왈츠(Waltz)는 영어식 표현으로 독일어는 Walzer(발처) 프랑스어로 Valse(발스), 이탈리아어로 Valzer(발체르) 스페인어 Vals(발스), 한자로는 원무곡(圓舞曲)으로 불린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만큼 오스트리아의 ‘빈 왈츠’가 가장 유명하다.
공연의 주요 프로그램은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그의 뒤를 잇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대표적이고, 슈트라우스 패밀리인 요제프 슈트라우스, 에두아라트 슈트라우스의 곡과 왈츠와 폴카 풍의 작품들이 연주된다.
2021년의 빈의 신년 음악회 1부는 프란츠 폰 주페의 파티니차 행진곡(Franz von Suppe, Fatinitza Marsch)을 시작으로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왈츠(JOHANN STRAUSS II, Schallwellen Walzer op.148)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걱정 근심 없이 폴카(JOSEF STRAUSS, Ohne Sorgen Polka schnell op.271)와 마르게리타 폴카(JOSEF STRAUSS, Margherita-Polka) 등을 연주했다.
2부는 슈트라우스 1세의 베네치아 갤럽(JOHANN STRAUSS I, Venetianer-Galopp)을 시작으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이 오는 소리 왈츠(JOHANN STRAUSS II, Fruhlingsstimmen Walzer op.410), 크라펜의 숲속에서 폴카(Im Krapfenwald‘l Polka op.33) 새로운 멜로디의 카드리유(Neue Melodien-Quadrille op.254), 황제왈츠(Kaiserwalzer op.437), 정열적인 사랑과 춤(Sturmisch in Lieb’und Tanz,Op.393)으로 공연의 프로그램을 끝냈다.
이어 앙코르는 격렬한 폴카를 시작으로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 말미에 지휘자 무티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라틴어로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를 보냈지만, 여전히 음악은 기쁨이고 희망이며, 평화이자 형제애이며 사랑(love)입니다. 우리 음악가들은 살인(killing)이 아니라 꽃(flowers)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앙코르 마지막 곡에서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될 때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우레 같은 박수소리를 듣는 것 같은 환상을 일으켰다. 분명 공연장은 청중이 있어야 할 곳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왈츠를 즐겨야 할 청중은 빈 객석의 신년음악회를 보며 2021년이 왔음을 실감해 본다. 그리고 공연장을 찾아 꽃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길 소망해 본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