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6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화계사 나들이 사진,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앞 줄 오른쪽 첫번째) 독립기념관 제공 |
![]() 국경검문소옆 중국공안 사무실, 일행은 길거리에서 가방을 열어 놓고 검문검색을 받았다. |
![]() 두만강. 왼쪽 산하가 북녘땅이다. |
![]() 용호각에서 바라본 두만강. 이곳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삼국을 볼 수가 있다. |
![]() 러시아-중국-조선 땅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용호각 앞에 세워진 러시아, 중국, 북한 국기 |
“프랑스는 나치부역자를 철저하게 처단하고 단죄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나치 부역자를 추적·검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부럽습니다. 한국은 친일파와 일제 부역자를 처벌하기는커녕 국가가 독립운동가들을 부정하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정부 수립 후 1948년 9월 1일 국회에서 의결했고, 이승만(1875~1965) 대통령이 공포했습니다”
그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설명했다. “법 원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제1조) 일본정부와 통모하여 한일합병에 적극협력한 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와 모의한 자 (제2조) 일본정부로부터 작을 수한 자 또는 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이 되었던 자 (제3조) 일본 치하 독립운동자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 박해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 징역, 재산을 몰수하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친일파의 매국 행각과 일제로부터 받은 이득, 독립운동가에 대한 가해 사실을 명확하며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친일파들은 ‘반민특위는 빨갱이’라며 특위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가던 못된 습관대로 색깔론을 들이댔습니다”
그는 이승만의 반민족적 행위에 대해 설명했다. “반민특위는 49년 1월 25일 친일고문악질 경찰 노덕술(盧德述·1899~1968) 등을 체포했습니다. 이승만은 그자가 체포된 3일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덕술은 치안기술자로 정부가 보증해서라도 풀려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승만은 김상덕(金尙德·1891~1956) 반민특위 위원장에게 노덕술 등 친일 경찰들을 풀어달라고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거절했습니다. 이승만은 친일 경찰을 동원, 반민특위를 급습했습니다.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의 실제적인 활동은 중단됐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루입니다.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반민특위를 습격했던 그자들이 지금도 활개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 반민특위 위원장 김상덕(독립기념관 제공) |
![]() 용호각 입구에서 ‘백발백중 일격필살’을 외치고 있는 범도루트 대원들 |
방현석 작가의 열변을 들으면서 한국 현대사의 흑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럴 즈음 버스는 두만강에 접근하고 있었다. 두만강은 어릴 적 노래로 많이 접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김정구의 노래 ‘눈물젖은 두만강’이다. 무장독립전쟁과 관계있는 노래다. 작곡가 이시우는 1935년 악극단 ‘예원좌’의 일원이었다. 중국 순회공연 중 도문(圖們) 한 여관에 투숙했다. 옆 방에서는 한 여인이 비통하게 울고 있었다. 문창학(文昌學·1882~1923)의 부인이었다. 문창학은 1921년 국내진공작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1923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날이 바로 죽은 남편의 생일날이었다는 것. 수년을 기다리며 찾아 헤맸는데 남편이 사형당했다니! 얼마나 억울하고 비통한 일인가. 이시우 선생에게 두만강의 물결이 나라잃은 민족의 눈물처럼 보였던 것이었을까. 노래에 망국의 원한과 설움을 담았다.
두만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량강도와 함경북도 나선특별시 북쪽 경계를 흐르는 강이다. 두만강은 ‘콩이 가득한 땅의 강’이라는 설이 있다. 아마도 콩(大豆)의 원산지가 한반도 북부지방과 만주 벌판이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도문강(圖們江)이라고 한다. ‘새가 많이 모여드는 골짜기’라는 뜻의 도문색금(圖們色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두만강은 북한-중국, 북한-러시아 국경을 이루고 있다. 길이는 521㎞다. 한국에서 제일 긴 낙동강보다 길다.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해란강도 두만강 지류 중 하나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압록강변 초산군과 혜산시를 점령한 적이 있었지만 두만강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사람들은 왜 두만강을 찾을까. 아마도 북녘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동토의 땅, 그곳은 언제나 갈 수 있을까. 평화적으로 통일된 조국을 강렬하게 희망하면서 두만강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 중국공안, 무소불위 검색행태 ‘웃픈 일’
범도루트 일행은 두만강으로 향한다. 연길에서 훈춘·방천(防川)으로 가는 길, 러시아 국경에 맞닿아 있는 방천풍경구(防川風景區) 용호각(龍虎閣)으로 향한다. 중간에 국경 검문소가 있다. 가이드 선생은 “검문소 쪽과 이야기가 잘됐기 때문에 검문 없이 프리패스”라고 했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다행이란다. 버스는 검문소를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했다. 그런데 가이드 선생이 누군가와 통화하더니 좁은 도로에서 겨우 유턴했다. 10여 분을 거슬러 다시 검문소에 왔다. 뭔가 꼬인 듯했다. 가이드 선생은 “중국 공안에게 말을 걸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다. 여기서는 중국 공안이 갑이다. 버스에서 전원 하차다. 모든 짐을 다 꺼내라고 한다. 모두 땅바닥에 가방을 열어 놓고 검문검색을 받았다. 그저 형식적인 검문일 뿐이다. 웃픈 광경이다. 외국인조차 배려하지 않는 황당한 중국 공안이다. 매뉴얼에 따른 행정행위일까. 한국 사람에 대한 보복적 행위인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중국 공안은 무소불위다. 검문검색 책임자인 듯한 자는 매우 화난 표정이었고 심지어 복장도 불량이었다. 한국 경찰이나 중국 공안 공히 근무 중에는 정복 착용이 필수일 텐데 모자도 쓰지 않은 것이다. 기분이 나빠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여하튼 검문검색은 통과했다.
가이드 선생은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동 중 오른쪽에 두만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국경 쪽 두만강에는 철책이 높이 세워졌다. 과거에는 무릎 높이 경계 표시였지만 지금은 아예 진출입을 막기 위한 철책이다. 아마도 탈북민의 불법입국과 조·중 외교관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방천풍경구에 도착했다. 도로 양쪽은 대형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용호각으로 이동했다.
● 용호각 아래 간판엔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돼 아쉬움
훈춘 방천의 용호각은 높이 62m 전망대다. 방천풍경구 랜드마크다. 1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줄이 길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계단으로 오른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을 보면 러시아 하산, 동남쪽을 보면 북한 나선특별시다. 서쪽을 보면 두만강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다. ‘삼국이 한눈에 보인다(一眼望三國)’고 관광지가 됐다. ‘새벽에 수탉이 울면 닭울음 소리는 같은데 닭을 키우는 사람들의 언어는 다르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저 멀리 ‘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도 보인다. 철교를 낮게 지었다. 수심도 낮다. 러시아의 의도였을까. 큰 중국 상선은 동해 접근 불가다. 작은 배라도 북한과 러시아 동의를 얻어야 동해로 나갈 수 있다.
용호각에는 여러 군데 사진 핫스팟이 있다. 두만강과 북녘을 배경으로 삼국 국기가 표시된 지점이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 자리 잡기가 우선이다. 중국인과의 몸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 상당한 노력으로 ‘찰칵’은 성공했다. 한국인들의 ‘동해 사랑’의 현장도 있었다. 동해를 ‘일본해(日本海)’라고 표기한 안내판에 관한 이야기다. 안내판에서 동해를 찾아볼 수 없다. 모든 표기는 일본해다. 아마도 중국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일본해(日本海)’에서 ‘일본(日本)’은 거의 지워졌다. 한국인들이 손이나 뭔가로 긁은 듯하다. 한국인들의 분노로 ‘해(海)’만 남았다. ‘동해(東海)’로 표기될 날을 기대한다. 용호각 6층부터 9층까지 훈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애국주의 교양기지’가 있었다. 시간상 패스다.
두만강을 접한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저 강만 건너편 북녘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웠지만 평화적으로 통일된 조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이진·광주광역시의회 운영수석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