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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광주광역시는 약 4,116억 원을 투입해 전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AI 산업단지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 놓인 AI데이터센터는 약 88.5페타플롭스의 연산력을 갖추었지만, 최근 논의 중인 국가 AI컴퓨팅센터는 무려 1엑사플롭스 급으로, 규모가 비교되지 않을만큼 크다.
하지만 규모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AI 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연산 능력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과 응용 분야 확장에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항저우가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규모가 아닌 데이터와 인프라의 효과적인 연계였다.
실리콘밸리는 데이터 기반의 창의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항저우는 강력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생태계를 융합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단순한 하드웨어 인프라 확장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여 AI 기술과 서비스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는 세계 최초의 엑사(Exa)급 국가 AI컴퓨팅센터(1.1엑사플롭스, ORNL 발표)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초과학부터 산업 R&D까지 거대 계산 자원을 개방하며 신약 개발·재료 설계·기후 모델링 등에서 혁신적 결과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컴퓨팅 자원의 개방은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산업 현장으로의 빠른 기술 이전을 가능케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은 엔비디아가 영국 정부·제약사·대학과 컨소시엄을 이뤄 구축한 400PF급 AI 슈퍼컴퓨터다. 의료·생명과학 특화 데이터를 집중해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후보 발굴 기간을 수개월 단축했다. 이처럼 특정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국가적 AI 인프라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국립컴퓨팅센터의 ‘장 자이’는 126PF 규모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며 스타트업·학계에 24시간 개방해 ‘AI for Good’ 생태계를 빠르게 키웠다. 파리-사클레 연구단지 내 데이터센터·대학·랩이 도보 15분 내에 모여 있는 ‘20분 혁신지구’ 전략이 결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연구자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혁신적인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들 사례는 세 가지 교훈을 남긴다.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인재·응용 분야를 묶은 ‘종합 패키지’ 투자 △산학연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운영 △지역 특화 분야(의료, 기후, 산업 등) 조기 선정과 집중 육성이다. 이는 국가 AI컴퓨팅센터 입지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광주는 이미 데이터라는 피와 영양분을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혈관과 장기를 갖추고 있다. 이제 광주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크고 강력한 심장, 바로 국가 AI컴퓨팅센터다. AI데이터센터가 어린아이의 심장이라면,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성장한 청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가장 높은 시너지와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야 한다. 광주가 지난 5년간 겪어온 우여곡절과 투자는 결코 매몰비용이 아니다. 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단단한 발판이다.
광주의 AI 산업은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이미 교육,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며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AI 경쟁을 고려하면, 빠른 결정과 집중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항저우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 AI컴퓨팅센터의 유치는 단순한 시설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 경쟁력 확보는 국가 안보, 경제 성장,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좌우할 중대한 이슈다.
AI 시대의 새로운 심장을 광주가 품어야 한다. 그래야만 광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AI 경쟁력을 키워 세계적인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