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아동 20만명 시대, 대비 서두를 때
기고

이주배경아동 20만명 시대, 대비 서두를 때

이세연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이세연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얼마 전 통역사와 함께 이주배경 가정 가족상담을 진행했다. 외국에서 나고 자란 부모와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언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의 본질이 문화적 배경 차이에서 비롯된 가치관과 인식의 충돌에 있음을 알게 됐다. 부모는 자신이 자란 방식대로 자녀를 훈육했지만 그 방식이 한국에서 자란 아동의 기준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은 울고 웃으며 잘 마무리 됐지만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이주배경 가정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차이를 방치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동일 것이다.

‘이주배경 아동’은 부모 또는 본인이 국제이주 경험을 가진 18세 미만의 아동을 의미한다. 흔히 알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다른 개념이다. ‘다문화’라는 단어는 문화의 차이를 강조하며 주류 집단과 비주류 집단을 구분하는 인상을 주어 낙인감이나 차별감을 줄 수 있고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민 2세나 귀화민 등 다양한 이주배경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담은 ‘이주배경’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주배경 아동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학령기 아동은 줄어드는 반면 이주배경 아동 수는 지난 10년간 2.9배 증가해 전체 아동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배경 아동 이야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주배경 가정 아동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 언어 등으로 발생하는 어려움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도 크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일부 문화권에서는 체벌이 당연한 훈육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생계를 이유로 아동을 장기간 혼자 두는 방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호자는 한국 사회에서 적절한 양육 방식을 배우고 싶어도 언어 장벽이나 근로 환경 등의 문제로 교육받을 시간이나 방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 중심의 사후 조치보다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자녀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한국 사회의 양육 문화를 익혀 건강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올해 아동권리기반 부모교육 콘텐츠인 ‘충분히 좋은 우리’를 바탕으로 이주배경 가정을 위한 다국어 리플릿을 개발했다. 리플릿은 기업 후원을 연계해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필리핀어, 캄보디아어, 몽골어 등 여러 언어 제공될 예정이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이주배경 부모들은 아동학대 개념, 존중하는 양육 태도 등 자녀 양육에 중요한 정보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부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와 갈등을 줄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며 아동에게 안정적인 환경 조성을 돕고 사회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주배경 아동은 단순히 이주 경험이 있는 아동이 아니라 한국에서 자라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그들이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성장 환경의 격차를 해소하고 보다 나은 교육과 복지 지원 마련이 중요하다. 이주배경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아동이 공평한 기회를 누리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