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설치, 화재 예방의 첫걸음
기고

소방시설 설치, 화재 예방의 첫걸음

김영일 광주소방본부 화재예방과장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화재는 설마 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실제로 많은 주택 화재는 불이 날 줄 몰랐던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화재 예방의 첫 걸음은 늘 준비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준비는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로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발생 사실을 초기에 인지하여 경보함으로써 신속한 대피를 도와주고 소화기는 초기 진압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화재 초기 대응의 핵심 장비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2025년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사업’을 추진한다. 대상은 2012년 2월 4일 이전에 지어진 주택 중 아직 설치가 되지 않은 1만4,000여 가구이다. 가구당 소화기 1개, 단독경보형 감지기 2개를 기본 세트로 구성해 직접 방문 설치하거나, 거주자의 요청이 있으면 택배로도 전달한다.

화재는 1분이 골든타임이다. 그 1분을 지켜주는 건 거창한 장비가 아니다. 천장 벽에 붙은 감지기 하나, 현관 옆 소화기 하나면 충분하다. 이제는 ‘설마’가 아니라, ‘설치’가 필요한 때다.

이번 보급 사업에는 기간제 근로자 24명으로 구성된 시민 설치단이 함께한다. 보급 전 제품 작동 점검은 물론, 적정 위치 선정과 사용법 안내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거주자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비대면 설치도 가능하도록 설치 동영상 제공과 설치 전·후 사진 확인 시스템도 운영한다. 시민 한 분 한 분의 집이 곧 광주의 안전 거점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캠페인도 병행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댁에 갈 때, 꽃과 함께 소화기 한 대와 감지기 두 개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사랑은 불씨가 아니라 안전에서 피어난다. 실제로 감지기 한 개로 인명 피해를 막은 사례도 적지 않다. 작지만 강한 이 장비들이 화재를 막고 생명을 지킨다.

시민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법으로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설마 하지 말고 지금 확인해야 한다. 우리 집에도 소화기와 감지기가 있는지, 혹시 오래돼서 교체가 필요한 건 아닌지, 직접 살피고 유지·관리해야 한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앞으로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예방정책을 펼칠 것이다. 안전은 대단한 일보다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며, 그 시작은 늘 가정에서부터다. 불은 작을 때 끄는 것이고 예방은 설치할 때 시작된다.

소화기 하나, 감지기 둘. 작고 평범한 이 조합이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우리는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올봄, 우리 집에도 가정의 행복 지킴이 ‘예방’을 설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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