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호남의 사전투표 열기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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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호남의 사전투표 열기가 말해주는 것

박상수 광주전남언론인회 부회장
압도적 투표율 호남인 열망 반영
이낙연 배신도 투표 열기 부추겨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목요일 오전 투표를 하기 위해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갔다. 벌써 많은 사람이 몰려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머리가 허연 할머니부터 젊은 청년들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도 많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들의 반짝이는 눈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12·3 계엄 사태로 흐트러진 나라의 혼란을 종식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열망과 의지를 읽을 수가 있었다.

이번 대선의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은 지난 20대선보다 약간 낮은 34.74%를 기록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토요일이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평일에 치러진 것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호남의 투표율아 압도적으로 높은 게 눈길을 끈다. 전남은 56.50%, 전북은 53.01%, 광주는 52.12%의 투표율로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영남권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구는 25.63%로 전국 꼴찌이고, 부산 30.37%, 경북 31.52%, 경남 31.71%, 울산 32.01%를 각각 기록했다. 호남은 지난 20 대선 당시 기록했던 전남 51.45%, 전북 48.63%, 광주 48.27%를 훨씬 능가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 대선의 사전투표율보다 약 8% 포인트 낮게 나왔다고 한다.

광주시민을 비롯한 호남 사람들은 왜 절반이 넘게 사전투표소로 달려갔을까.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전투표소로 간 것은 하루라도 빨리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기대와 열망이 담긴 것이다. 계엄으로 촉발된 혼란을 종식하고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윤석열처럼 무능하고 무도한 사람, 그런 집단이 집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다.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까지 역대 보수 대통령은 모두 부정과 비리로 감옥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비열한 집단이 또다시 집권하면 나라가 수렁에 빠진다. 호남의 사전투표 열기는 그런 사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반대로 보수 유권자가 많은 영남권의 투표율이 더 낮아진 것은 계엄과 탄핵, 후보 단일화 논란 등을 거치며 승산이 없는 보수 후보에 실망한 나머지 투표 의욕이 꺾였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전투표로 대선 승부는 이미 결정이 났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호남의 사전투표가 열기가 높은 이유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반감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주 갑자기 내란 세력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자신이 고문인 새미래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동정권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괴물 독재정권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아바타인 김문수가 당선돼 '윤석열 시즌 2'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인가. TV에 나와 김문수 후보 찬조 연설을 하면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을 보면서 측은하면서도 서글픈 먼저 생각이 들었다. 이낙연은 그동안 내란을 줄곧 옹호해온 김문수를 지지함으로써 사실상 내란 동조자가 됐다. 국힘은 이낙연을 이용하고 이기든 지든 토사구팽할 게 뻔하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낙연이 김문수에게 간 것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에게 진 것에 대한 사적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한풀이를 한 것이다. 이재명이 아무리 밉더라도 사적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큰 정치인이 아니다.

이낙연은 더불어민주당과 호남의 은덕 속에 영예를 누려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공천을 받아 고향 영광에서 어려움 없이 4선 국회의원을 하고,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아무리 한이 맺혔다고 해도 그런 민주당과 호남을 배신하고 내란 세력의 품에 안기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도, 사람의 도리도 아니다. 그는 '김대중 재단'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정책 연구 모임 '사의재'에서도 고문직을 제명당했다. 사람은 마지막 행보가 아름다워야 하는데 왜 그렇게 추한 선택을 했는지 안타깝다. 이번에 사전투표소에 나온 영광의 노인들이 '이낙연 미워서 나왔다'라고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전투표소로 달려간 많은 호남 사람이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호남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내란 세력 심판 못지않게 이낙연도 심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낙연의 배신은 호남을 자극해 더 똘똘 뭉치게 했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이낙연은 정치권에서 그림자마저 사라질 것이다.

21대 대선의 본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투표가 총알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올바른 투표를 하면 총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불의의 과녁에 총을 쏘는 심정으로 투표를 통해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사전투표장에 못 간 사람들은 내일 본투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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