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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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김명선 금호타이어 생산기술총괄부사장
관세 전쟁·정국 혼란 헤쳐 나가야
국민·기업 버팀목 되는 리더십 필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기억하는 이순신의 명언이다. 이 말은 절체절명의 순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예리한 판단을 담고 있다. 제해권이 있어야 왜군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전쟁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과 리더십이 돋보인다. 아군과 적군의 압도적 전력 차이를 뒤집을 수 있는 숨은 요소들, 이를 바탕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필승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이 대단한 업적이 이순신 혼자만의 업적은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리더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며 위기를 극복한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다.

이로부터 400여 년이 지난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본다. 불과 4~5년 전 코로나 19 사태가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긴 경기침체의 터널에 빠져들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상황은 바닥을 쳤고 소비심리도 극도로 위축돼 소상공인들은 고통의 늪에 허덕여야만 했었다. 코로나의 여파는 시간이 지나 가까스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 미친 경기침체의 영향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일상조차 크게 변해 버렸다. 개인의 시간이 늘어나고 건강에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에는 치명적 타격을 안겼다. 지금까지도 경제성장 그래프는 좀처럼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고난기를 견디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풍전등화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전 세계를 향한 관세 인상은 각 국가는 물론 글로벌 수출기업들은 초비상 상황에서 살아남기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국가별로 추가 관세가 매겨지면서 예상치보다 높은 관세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갈수록 자국의 이익에 우선하는 세계 각국의 무역 전쟁 속에 글로벌 '관세 폭탄'의 파장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세계 각국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비상사태로 몰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도 정치와 경제의 상황은 복잡하다. 불안정한 국내 정치판의 분위기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파도까지 겹쳐 수출로 먹고 살아온 한국은 허리띠를 더욱 조여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4일 현직 대통령이 헌재로부터 탄핵이 인용돼 파면되면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었다. 이번 대통령 탄핵이 사상 초유의 일은 아니지만, 위기의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할 정부의 사령탑 부재는 그만큼 정치와 경제, 사회적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과 기업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다. 다시 말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고 싶어 한다. 개개인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갈 수 있도록 제도로써 보장해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생계와 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꾸준하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삶터에서 열심히 일하여 번 돈을 생필품과 자녀교육, 건강 유지 및 여가에 다시 쓰면서 동네 골목 상가에서부터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서민과 중산층은 코로나 이후 이것이 무너져 버렸다고 하소연한다. 국민 경제의 가장 끝단이 부실해졌다는 의미로 읽혀 바닥 경제회복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도 아우성이다. 제조업은 물론 건설, 유통, 금융, 서비스 등 국민 대부분의 일터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도 장기화한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며 제품을 팔아 성장해 온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황이 힘겹다고 토로한다. 기업이 잘 돼야 지역사회도, 나라도, 국민도 형편이 풀리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외적인 상황에선 정치, 경제, 외교 등에서 특단의 돌파구가 있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 떠오르는 명언이 '가화만사성'이다. 국내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고 본다. 힘들어 하는 국민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하고 해외시장을 누비며 수출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나라 경제를 튼실히 하는 미래형 공약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출에 전력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의 파고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의 명언처럼 국민과 기업의 박수를 받는 리더십을 다시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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