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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변론이 종결되면, 3월 중순께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 변론 후 선고까지 따로 정해진 기간은 없다. 다만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11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14일이 걸렸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3월 중순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만약 파면 선고를 한다면 새 대통령 선거는 60일 이내인 5월에 열린다. 헌재가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인용 의견을 얻어내지 못해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 복귀한다.
10여 차례에 이르는 헌재의 변론을 거치면서 우리는 대통령 윤석열의 민낯을 봤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구속된 그는 국무총리와 군 장성들이 국회와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혐의를 하나같이 부인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덕수 총리와 국무위원들은 계엄 전 국무회의가 형식적 실체적으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럼 대통령실에 놀러 왔느냐"라고 따졌다. 정치인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고, 문을 부수고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부인했다. 이 세 가지는 명백한 위헌 위법으로 탄핵 사유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정치인 체포와 국회 봉쇄 지시를 부인한 것은 방어권 차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이 보인 도를 넘은 행태는 치졸하다 못해 비열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폭도로 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기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법원이 공격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일부 지지자는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을 좌파로 모는 등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문형배 헌재 소장 대행에 대해서는 고교 동문 카페에 올라온 음란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등 허위 사실을 퍼뜨리기도 했다. 문 대행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에 몰려가 시위를 벌인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그들은 이번 사태에 중국을 끌어들이면서 일부 헌법연구관들이 화교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이 진보 성향 재판관에게 좌파 딱지를 붙이고 불공정하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등 헌재 흔들기에 나선 것도 볼썽사나웠다. 그런 논리라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한 재판관들도 탄핵 심판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대행 등 고위 공무원들이 윤을 보호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은 안쓰럽고 공복의 자세와도 거리가 멀었다. 한덕수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아 탄핵 심판을 무산시키려고 했다. 그는 그 대가로 국회에서 탄핵의 수모를 당했다. 한덕수로부터 대행을 물려받은 최상목이 재판관 3명 중 진보 성향이 강한 마은혁 재판관을 빼고 2명만 임명한 것은 한덕수의 행태보다 더 비겁하다. 자신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윤에게 보은이라도 하듯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느닷없이 '헌재가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라며 팩트에도 어긋난 내용으로 내란을 옹호하고 친일 망언을 한 것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를 포함한 보수 세력은 이번 탄핵 선고 결과와는 별개로 이미 도덕성에서 졌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일이면 지루한 헌재 변론이 끝난다. 늦어도 3월 중순이면 헌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를 아무리 부인하고, 그의 추종자들이 비열한 행태를 보여도 객관적 사실이 달라진 것은 없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에 반한 내란이 분명하고 명백한 탄핵 사유다. 법조계에서는 대다수가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침묵하면서 관망하는 다수 국민의 바람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두 윤이 자초한 것으로 사필귀정이고 자업자득이다.
무엇보다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가 걱정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파면 결정이 나온다면 승복하지 않고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서부지법 폭동 때처럼 헌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기각하면 나라가 조용할까? 사회 혼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침묵해온 다수가 거리로 뛰쳐 나와 6월항쟁에 버금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복귀해도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헌재는 탄핵 선고 이후에 대해서는 일절 고려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선고해야 한다. 파면 결정을 하더라도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이 나와야 그나마 혼란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헌재 선고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올바른 자세다. 다가오는 3월은 희망찬 새봄이 열리는 계절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