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백마비마(白馬非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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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백마비마(白馬非馬)

김석환 광주광역시체육회 스포츠과학연구원장
"백마는 말이 아니다." 억지 논리에 빗대어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역사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발전한다. 변곡점이 많을수록 희생도 크다.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알아야 한다.

언어도단의 위험성

'백마비마'는 춘추전국시대 문파 중 하나인 '명가'의 공손룡이 한 말이다. 흔히 춘추전국시대라고 하면 제자백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유가와 도가, 법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유명세는 적지만 병가와 명가, 음양가 등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국시대 진나라와 조나라는 상호 협정을 맺었다. 진나라의 일을 조나라가 돕고, 조나라의 일을 진나라가 돕는다는 약속이다. 시간이 흘러 진나라가 위나라를 침략했다. 조나라는 진나라를 돕지 않고 위나라를 도왔다. 진나라 임금은 상호 협정을 어긴 조나라에 항의했다. 상황이 곤란해진 조나라 임금은 명가의 공손룡에게 도움을 청했다. 공손룡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우리가 위나라를 돕는데 진나라는 어찌하여 우리를 돕지 않습니까? 협정을 깬 쪽은 진나라가 아닙니까?"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명가는 현대의 논리학에 자주 인용된다. '백마비마'는 '백'은 색을 나타내는 개념이고, '말'은 형태를 의미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백마는 말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인용 되었다. 전국시대 '명가'는 기존 사유를 뒤집는 논리를 구사하며 한 시대의 문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반상식과 괴리된 과도한 언어도단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개소리에 대하여

탈진실의 시대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거짓에 더 끌린다. 진실은 힘을 쓰지 못한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는 2016년 '개소리에 대하여'란 책을 냈다. 개정판은 2023년에 나왔다. 세계적 명문대학의 교수가 집필한 책 제목이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라니 당혹감이 앞선다. 저자는 자유 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연구와 데카르트의 이성주의에 대한 분석으로 유명한 도덕 철학자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만연한 궤변을 역설적으로 통찰한다. '개소리'가 어떻게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진리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기고 위험성을 조장하는지 분석한다.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내용보다 듣는 이가 특정한 인상을 가지도록 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가진다. 진실과 상관없이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추구하는 기획 의도를 품고 있다. 문제는 비판적 사고의 부재로 많은 사람들이 개소리에 현혹되어 확증편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개소리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노르웨이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은 '거짓말의 철학'이란 저서에서 진실성의 반대말로 세 가지를 꼽았다. 거짓말과 개소리(bullshit), 트루시니스(truthiness)다.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



거짓말과 개소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거짓말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고 두려워하는 양심이라도 있다. 진실처럼 보이기 위한 포장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한다. 거짓말은 팩트체크를 명확히 하면 무너진다. 사과도 한다. 둘째, 개소리는 듣는 이를 현혹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권력 획득과 같은 사익을 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개소리를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위정자는 미국과 한국에 있다. 셋째, 트루시니스는 믿고 싶은 진실을 따른다. 사실 여부의 확인 없이 자기가 직감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주관적 진실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극우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내란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거짓말과 개소리에 대한 개념의 틀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파괴적 언어 행위에 경종을 울릴 시점이다. 고난을 극복한 해피엔딩의 역사만큼 매력적인 역사는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봄소식을 기대해본다.

김석환 광주광역시체육회 스포츠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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