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정의는 사라지지 않는다-정의와 불의를 생각하게 한 네 개의 장면
열린세상

<주필칼럼> 정의는 사라지지 않는다-정의와 불의를 생각하게 한 네 개의 장면

이종주 주필

#대통령 탄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한창이다. 3월이면 종착역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12월 3일 불법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부터다. 즉각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지고 연이어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것이 만천하에 확인됐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 대통령 측은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주로 공수처 등은 내란죄에 관한 수사권이 없다거나, 공범인 몇몇 증인의 증언이 오염됐고, 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근거로 내세웠다.

지지자들이 나서서 탄핵에 반대하도록 부추기는 발언도 단골로 등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죄로 구속된 형사 재판과 뒤섞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 매체들은 앞다퉈 이를 보도하며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상적인 과정을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잘못으로 충분한 탄핵 사유다. 불의는 승리하지 못한다.



#동대구역 집회

부산역 집회에 이어 동대구역에 5만여 인파가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쳤다. 소위 한국사 스타강사라는 사람도 탄핵 반대를 목청 높여 부르짖었다. 영남권 여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소한 한 번은 더 금배지를 예약했다는 듯 한껏 고무된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당의 독주와 부정선거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잘못이 없고 모든 것이 민주당 탓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심지어는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불법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을 반대했다.

극우 유튜버들과 일부 보수 매체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며 흥분했다. 이게 대구시민 전체의,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뜻인 양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승리에 도취한 듯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 불의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강기정 광주시장

강기정 광주시장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단체' 등의 5·18 민주광장 집회 불허했다.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비난이 쇄도했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강 시장 비판에 나섰다. 그러자 강 시장은 불허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번에 더 강하고 단호했다. 헌법 질서와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극우의 선전·선동은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충돌을 유발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집회를 강행하는 극우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결기다.

많은 광주시민은 강 시장의 이러한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박수를 보냈다.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장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의 이런 뚝심은 그의 삶에서 비롯됐다. 민주화 운동으로 청춘을 불살랐고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과격·강성의 덧칠을 당하면서도 '광주 정신'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광주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타협할 줄 아는 행정가의 풍모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불의한 세력의 광주 오염 시도 앞에서 다시 한번 강성·과격함을 숨기지 않았다. 보수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언젠가는 정의가 승리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실패하면 개돼지,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광주글로벌모터스 노조가 차체 직원 휴게실 외벽에 무단으로 붙여놓은 플래카드다. 곱씹어 보아도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는 시설관리권을 행사해서 이를 제거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10여 명이 부분 파업을 했다. 파업권 남용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패하면 개돼지, 성공하면 혁명'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끔찍하지만 전두환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계엄을 하면서 혁명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노조가 혁명이라고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그 길은 어떤 길일까, 또 개돼지가 되는 실패는 무엇일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 플래카드가 현재 벌이고 있는 노조의 파업 성패에 관한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노조의 주장을 온전히 관철하면 성공이고, 관철하지 못하면 조합원이 개돼지가 된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적절하지 못한 비유다. 오독이길 바랐다.

적대적 노사관계는 구시대적 유물이다. 상생의 관계여야 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시민의 염원을 모아 만든 기업이다. 시민은 언제나 옳다. 시민이 정의다.



#추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그러나 그는 취임사 때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법적 권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는 이미 탄핵당했습니다.

GGM의 상생발전 협정서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광주시민과의 약속입니다. 노조 설립은 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법적 권리와 사회적 약속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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