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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은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상념에 잠긴 미륵보살이다. 20만 평의 숲에 9개의 건축물과 카페, 레스토랑의 인공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든다. 온종일 걸으며 눈을 씻고 귀를 열며 머리를 비우는데 딱 좋은 곳이다. '자연이 자연스럽지 않고 자유스럽지 않다면 자연이 아니다'는 철학을 지키려 애쓴 티가 났다. 베이비그린으로 물든 사유원의 오월은 풋사랑의 설렘과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자연은 이토록 찬란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음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생각은 소란스럽고 마음은 울분이 가득하다.
우린 겨울에서 봄까지 공포와 혼란, 의지와 열정으로 건너왔다. 나와 우리, 사회를 망치는 꼴을 목도 했다. 불합리와 몰염치한 지도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하는 시절이다. 그토록 목놓아 부르짖던 자유를 빼앗으려 했다. 이율배반적이며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퇴행적 행동을 했다. 순리와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누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여러 이유 중 하나인 나만 옳다는 편협이 초래한 결과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꿀 바른 달콤한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 탓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부재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극우 유튜브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나치게 유튜브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동류의 영상을 추천한다. 편식은 정신건강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반복 학습은 그릇된 확신을 만든다. 사유 없는 확신은 위험하다. 아집을 키우고 편견의 수렁에 잠긴다. 확증편향에 이르러 나만 옳다는 독선에 빠진다. 결국은 파국을 몰고 오는 독단적 행동을 하게 된다. 현란한 영상에만 기거하지 말고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의심하고 성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사회는 나와 너라는 관계, 확장하면 오당과 여당이라는 기본구조로 작동한다. 오와 여를 불문하고 가치와 이익추구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달성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정반합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정반대로 굴러간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탓이다. 관심과 이해보다 욕심과 저주가 난무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간명하다. 공평과 독점을 가름하는 저울추의 기울기를 보면 된다. 자유를 소수만 누린다, 공기를 특정 부류만 호흡한다면 그른 일이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냥 내 것 뺏는 게 제일 나쁜 일이다.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뺏지는 말아야 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일이다. 누구나 하는 생각마저 못 하는 바보는 되지 말자.
하루 중 잠깐이라도 핸드폰을 의도적으로 방치하자. 스토킹하고 가스라이팅하는 영상물에서 벗어나자. 눈을 감고 멍 때려도 좋다. 시 한 줄 읽는 일도 좋다. 그 시간에 생각을 하자. 정신의 디톡스를 하는 일이다. 사유란 가치와 진리를 찾는 합리적 추론 여행이다. 내면과 타인, 자연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이다. 대상에 관한 관심이고 세상에 대한 따뜻한 응시이다. 자신에 대한 통렬한 성찰이다. 그러니까 생각 좀 하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