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윤석열 없는 아침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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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윤석열 없는 아침이 행복하다

박상수 광주전남언론인회 부회장
헌재 선고로 극심한 혼란 종식
내란 수괴 파면은 또 다른 시작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2년 1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짧은 정부다. 윤석열은 박근혜에 이어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으로 기록되며 우리 역사에 다시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독재와 부정선거에 분노한 민심이 폭발해 4·19혁명으로 무너졌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장기집권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계엄령과 긴급조치를 남발한 박정희 대통령은 심복인 부하에게 시해됐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가 파면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느닷없는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탄핵 소추되고, 헌재의 파면을 피하지 못했다. 이유가 뭐가 됐든 헌정 중단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는 헌정 중단 사태가 또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윤석열 파면 후 오늘로 세 번째 아침을 맞았다. 윤석열 없는 아침이 상쾌하고 행복하다. 사람들은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며 가까운 곳, 작은 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양의 한 시인은 행복이 '산 너머 언덕 너머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한때 작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란 말도 유행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의 실체를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자고 일어나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헌정 중단 사태는 국가적 불행이라고 해놓고 무슨 망발이냐고? 그만큼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직에 있는 것이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꼈다는 걸 반증한다.

윤석열 파면으로 극심한 혼란이 종식된 것이 우선 반갑다. 윤석열 탄핵 소추 후 수도 서울 한복판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밤낮없이 시위를 벌이며 대립했다. 그 과정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도 발생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등 경제가 망가졌다. 외교 공백 사태도 빚어졌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관세 전쟁이 터졌는데도 우리는 사실상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매일 치고받는 정치권 이야기만 보도하는 뉴스가 보기 싫어 TV도 켜지 않았다. 만일 윤석열이 복귀라도 하는 날에는 제2의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크고, 더 극심한 혼란이 우려됐다. 헌재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바람에 이제 그런 스트레스를 겪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고 안심이 된다.

이번 헌재의 파면 선고로 대한민국은 헌법에 따른 삼권분립이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만방에 과시했다.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입법부인 국회가 즉각 과반의 결의로 해제를 결의했다. 국회는 또한 위헌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 많은 국민은 헌재가 과연 인용할 것인가에 의구심을 가졌다. 더욱이 헌재가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헌재 재판관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려 의견 대립을 빚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무성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헌재는 보란 듯이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외신도 헌법 정신이 살아있는 한국 민주주의에 찬사를 보냈다. 이것 또한 윤석열 없는 아침이 행복한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의 파면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하는 것이 파면을 완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후 치른 대선에서 민주 진영이 단합하지 못해 신군부 출신 대통령을 다시 선출했다. 죽 쒀서 개를 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계엄 세력에게 다시 집권 기회를 주는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민주 진보 세력이 집권하면 내란 특검을 통과시켜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다시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내란 세력에 동조한 한덕수와 최상목의 죄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윤석열 파면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분명하게 선고했는데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윤석열과 자신들이 '한패거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란 우두머리와 동조자들을 모두 처벌하지 않으면 내란은 종식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 산불은 잔불을 정리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발화할지 모른다. 광복 후 들어선 이승만 정부가 친일파를 처단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오늘날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6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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