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는 ‘지구를 위한 생태환경축제’를 주제로, 생태 감수성과 기후 문해력을 함께 사유하고 실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다.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과의 공존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생태 감수성이다.
무등산국립공원은 광주의 상징이자 시민의 정신이다. 2013년 무등산은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도시 근교형인 무등산국립공원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의 보고’로, 맑은 계곡과 숲은 시민들에게 쉼과 치유를 선물한다. 무등산국립공원의 존재는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일깨우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축제가 무등산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열리는 것만으로도 도시 속 생태공간을 재발견하고 일상의 틈에서 자연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에서는 ‘무등산국립공원 생물다양성 대탐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증심사 지구 일대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시민이 직접 조사·기록하는 참여형 활동으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고 실천하는 장이 될 것이다. 무등산국립공원의 현안문제와 생태계를 이해하고 지키기 위한 우리의 역할을 고민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무등산국립공원 정상부 일대에는 방공포대가 있는 군부대 주둔지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빛공해는 꽃들이 개화에 필요한 피토크롬 생성을 방해하고 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밤 시간, 즉 휴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음은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해쳐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무등산국립공원의 정상부는 절대 보존 지역이다. 인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최소화하는 엄격한 사고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상 개방 행사는 하루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군부대를 이전하고 정상부 복원도 하기 전에 상시 개방하는 현재의 탐방 방식은 국내·외 어떤 국립공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부끄러운 모습이다. 다행히 이번 축제가 저지대인 제1수원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시민들과 함께 생물종을 조사하고 그 생태적 가치를 되새기는 방향으로 새로운 탐방문화를 열어가고자 한다.
결국, 지구를 위한 생태환경축제는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나는 어떤 지구에 살고 싶은가?’, ‘앞으로의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무등산국립공원의 숲길을 걸으며 우리는 그 답을 조용히 찾아갈 것이다. 자연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한가운데, 무등산국립공원은 묵묵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축제가 더 많은 이들이 무등산국립공원을 다시 만나고, 지구와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 배움이 다시 일상으로 번져 더 따뜻한 광주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지구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