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초록빛 뽐낼 수 있도록 산불조심
기고

언제나 초록빛 뽐낼 수 있도록 산불조심

김희철 광주 서부소방서장

김희철 광주 서부소방서장
봄이 오면서 산과 들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다. 초록빛 봄이 오면 우리 마음도 덩달아 들뜬다. 하지만 소방관들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계절이다.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 산불이 시작됐다. 산불 3단계 경보가 발령됐고 신속히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불길은 영남지역 전체로 번져 10일 뒤인 3월 30일 돼서야 주불 진화가 공식 선언됐다.

이번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하는 4만8,238㏊가 불에 타 30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주택 3,600채가 전소됐다. 천년사찰 고운사가 전소되는 등 30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해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된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넘어섰다.

봄철 산불이 급격히 번지고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봄은 따뜻한 기온으로 공기 밀도가 감소해 위쪽으로 공기가 상승하는 대류현상이 발생하며 강한 바람·낮은 습도 등 화재에 최상의 조건을 형성하는 기후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 산불의 열 탐지 결과 시속 8.2㎞ 속도로 경북 영덕까지 12시간 만에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은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불씨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강력한 바람을 타고 수 백m를 넘어 날아가기도 한다.

봄철 건조한 날씨 영향으로 마른 나뭇잎과 풀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돼 산불 확산 속도를 가속시킨다. 봄철 농산 부산물 소각행위 및 농작물 파종기를 맞아 논·밭둑 태우는 행위를 종종 볼 수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주요 산불 요인은 입산자 실화가 32.9%, 쓰레기 소각 12.6%, 논·밭두렁 소각 11.9%로 산불의 절반 이상이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대형 참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 라이터, 버너 등 화기나 인화물질을 소지하면 안된다. 입산 전 소지품을 꼭 확인해 인화물질이 있으면 모두 내려놓고 가야 한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허가 없이 논과 밭두렁을 태우거나 각종 쓰레기 소각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관할 구청이나 119에 사전 신고하고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흡연 및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입산통제구역 및 폐쇄된 등산로는 출입해서는 안되며 허가받지 않은 야영장 등에서 취사해서도 안된다. 산불을 목격한다면 119에 신고하고 산불 반대 방향 및 산불이 발생지 보다 낮은 공터, 논·밭, 물 웅덩이 등으로 빠르게 대피해야 한다.

‘물망재거’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려웠을 때를 잊지 말고 항상 경계하라는 말이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봄을 즐기기 위해서는 산불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산불예방을 위한 작은 관심과 실천이 함께 해야 할 때다.

이번 전국적인 산불로 검게 탄 나무들이 다시 초록빛을 되찾기까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산이 언제나 초록빛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나 하나의 실천으로 나무 한 그루를 지켜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푸르른 산을 지키는 데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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