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눈물로 씨앗 뿌린후 수확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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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눈물로 씨앗 뿌린후 수확한 '시민의식'

최총명 상담학박사,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이번 계엄선포 잘 짜여진 각본"
5·18상처 다시 건드린 윤 정권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몇 분 뒤부터 국회광장으로 일사분란하게 국회의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계엄을 알게 된 시민들 역시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하여 소식을 알리고 가까운 지역(마포, 영등포 등)의 시민들부터 모이기 시작하여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완전무장을 한 투입군인들을 상대로 저항하며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돕기 시작하였다.

이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이 중계되고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던 윤석열의 계엄 시나리오는 이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이미 시민들의 핏속에 흐르던 시민의식과 역사적 DNA보다 형편없었다는 것을 150여분만에 계엄해제의 결론으로 알게 됐다.

45년전 대한민국은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하 계엄의 상황이었고, 이후 전두환의 군사 쿠테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면서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를 죽일 수 있는지'를 목도하였고 경험하였다. 이번 계엄선포는 아주 잘 짜여진 각본이라고 생각이 된다. 계엄 이후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와 민주당소속의 국회의원들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계엄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고 하며 24년 9월의 쏟아진 민주당 계엄'설'에 대한 비난을 하는 기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9월에 신문기사를 보면 '계엄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소설을 쓰고 있다'는 글 일색이다. 하지만 오늘 상황은 어떠한가. 그것이 소설이었는지 정말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필자가 가장 감동적이었고, 미국에서도 가장 '감명 깊었다'고 언급한 장면은 바로 '시민의 움직임'이었다. 150분 만에 국회에서 계엄 무효를 선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SNS를 통하여 서로 소식을 공유하고 동선을 공유하며 온몸으로 스크럼을 짜고 총을 들고 헬기를 타고 온 최정예 부대를 상대로 국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막아선 시민들의 움직임이야 말로 가장 감동적이며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생중계로 멀리서(광주) 보고 있던 필자는 갑자기 옛 도청 분수대의 시민군들과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하다 목숨을 버린 시민군들이 오버랩 되었다. 아마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어떤 부분이 생각나는 시민, 80년대 참혹하고 냉혹했던 시절 중 자신의 경험이 생각나는 60-70대 시민, 수갑을 차고 연행된 경험을 술자리에서나 이야기했던 직장인들,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며 최루탄의 매캐함이 생각났던 시민들이 다수일 것이다.

심리학에는 스키마(Scheme)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그 대상에 대한 정보나 이해,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관적으로 자신이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방식이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키마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구조로 유기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대개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계엄을 보면서 각자의 스키마가 작동하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집단 트라우마가 건드려져서 학습에 있어서 민감화 반응이 불쑥 나오게 되었다고 해석된다. 학습 역시 인간이 후천적인 경험에 의해서 습득하게 되는 것인데 정보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결과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이후 결과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미 앞서 언급한 계엄 상황, 여러 번의 민주화 운동, 군사 독재 정권을 경험하며 학습에 있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수십년 동안 축적된 트라우마(상처)가 치료되지도 않았는데 무지한 윤석열 정권은 다시 그 상처를 사정없이 건드린 꼴이 아닐까.

2024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한다. '가만히 있어야 산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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