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너지 주권 거점 '신안 해상풍력'
특별기고

대한민국 에너지 주권 거점 '신안 해상풍력'

아시아 최대 클러스터 등 순항
정부·민간·지역 함께 나서야
■최미숙 전남도의원

필자는 7년 전 신안군의원으로 활동하며 전국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조례’ 제정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해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가 살아남기 위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특히 전남지역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에 접어들었으며,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주권 실현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그 선봉에 신안군이 있다.

신안군은 현재 아시아 최대 규모인 8.2GW 해상풍력 발전 클러스터를 단계적으로 조성 중이다. 특히 지난 4월 22일 정부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되면서, 3.2GW 규모의 1단계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됐다. 총 48조원 이상 민간투자와 약 1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이 사업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을 넘어, 지역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이끄는 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며, 이중 해상풍력은 14GW를 차지한다. 신안 해상풍력 클러스터는 이 국가계획의 핵심으로, 신안군은 연중 양질의 풍황과 얕은 수심 등으로 국내 해상풍력의 최적지이자 거점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안군은 2022년부터 전국 최초로 ‘햇빛연금’이라는 이름으로 태양광 발전 수익의 약 30%를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자은도 해역에서 100M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바람연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3.2GW 규모의 해상풍력 집적화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주민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바람연금’이 지급되고, 주민복지와 마을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모델은 전국 각지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는 단순한 발전 사업을 넘어, 기자재 생산·운송·유지보수 등 풍력산업 전 주기 클러스터를 지역에 집약함으로써, 전남지역이 직면한 인구소멸과 지역 불균형 문제를 극복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물론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은 환경적, 기술적 고려 없이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해양생태계 보전, 철새 이동 경로 보호, 어업권 갈등 해소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또한 정밀한 환경영향평가(EIA)와 생태복원 계획, 업계의 기술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이러한 문제해결이 한결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된 전력을 육상전력망과 연계하기 위한 공동접속 설비와 계통보강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풍력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통해 보완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그린 수소클러스터로의 확장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신안군은 2018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를 위해 주민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제도를 추진해왔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햇빛아동수당’, ‘햇빛아동적금’ 등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도 시행 중이다. 또한 1,0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군민투자 펀드’는 지역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공동주체로서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지역소멸과 청년이탈 이라는 전남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설계하는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기반을 확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신안 해상풍력 발전 클러스터는 단순한 발전 인프라를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주권 실현의 시금석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실험장이 될 것이다. 바다와 바람의 힘을 통해 우리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이제 중앙정부, 민간, 지역사회가 함께 이 전환의 항해에 나서야 할 때다. 전남 신안군의 바람이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움직이는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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