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대한민국 해양관측 사상 최장기간인 7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발효되면서 수산물의 집단 폐사가 속출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수온 피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3월까지 이어진 저수온 현상에 어민들의 생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수산물 생산 1위 지역인 전남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24년 전남 해역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2,582만4,000마리에 달했다. 누적 피해액은 573억 5,600만원으로 2023년대비 약 2.6배가 증가했다. 고수온 특보가 해제된 지 두 달여가 지난 12월에는 저수온 위기경보가 발령됐다. 길어진 입춘 한파로 저수온에 민감한 어종을 중심으로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여수 해상 양식장에서는 출하를 앞둔 참돔 등 300만 마리가 저수온 현상에 떼죽음을 당했다.
바다 생물에게 수온 1도 차이는 육상 기온 5도 변화와 맞먹는다. 들쭉날쭉한 수온에 피로가 누적되면 양식어류의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어병에도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만큼 지속가능한 양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수온 변화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다.
지난 2008년 정부는 어업재해로부터 어업인들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을 도입했지만, 수산물 양식 현장에서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협중앙회 전남본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말 기준 전남 지역의 어가 4,394곳 중 39%(1,725곳)만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했으며 고수온ㆍ저수온 특약에 별도 가입한 어가는 각각 164곳, 4곳에 불과했다. 수천만원까지 치솟는 보험료 부담과 매년 갱신해야 하는 소멸성 보험구조 탓에 어가들은 보험 가입에 소극적이다. 특히 고수온과 저수온 피해는 특약으로 분류돼 별도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상 수온에 따른 양식업의 피해가 장기적이고 대형화되는 상황에서 보험가입을 장려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ㆍ저수온 피해 어가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재해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ㆍ저수온 특약을 주 계약에 포함시키는 방식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남은 국내 최대 양식업 생산지로, 어류뿐만 아니라 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 전복, 새꼬막 등의 패류까지 다양한 품종을 양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품종이 대부분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속 수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가들의 생계는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1968년 이후 50년간 세계 표층 수온이 평균 0.48℃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23℃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2.5배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온 변화에 적응력을 가진 양식 품종을 개발 및 개량하고 이를 신속히 보급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 원인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과 관련해 양신산업을 저탄소, 친환경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다의 탄소 흡수 및 저장능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생산방식을 실천하고, 양식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어구ㆍ어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25 해양수산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수산물 생산량 중 양식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58.3%로 어선어업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도 양식수산물 생산량 증가 추세가 이어지며 2023년에는 국내 전체 수산물 생산량 중 61.7%를 차지했다.
수산물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양식수산물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수온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기후변화 위기에 보다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양식업 환경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