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 시간-
특별기고

<특별기고>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 시간-

김광석 광주서부경찰서 경무과장 경정
리더십 원칙, 경청 중요성 강조
존중·이해 바탕 상호작용

열흘 가는 꽃 없다더니 화려한 벚꽃 지는 것과 동시에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대엽풍란에서 난꽃이 활짝 폈다. 조그만 화원에서 만원의 거금을 들여 화분에 옮겨 심고 지켜보기를 한 달 가까이. 꽃대가 올라오기에 금방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향기 내뿜을 줄 알았는데, 왜 이리 더디고 더디게 올라와 애간장을 녹이며 애를 태웠을까. 막상 꽃 피우고 나니 그 향기 예사롭지 않구나. 매콤한 난향에 날마다 난과 말 없는 대화를 나눈다. 때론 킁킁거리며 코로 향을 맡기도 하고, 금방 사라질까 몰라 사진을 찍어 증거로 남기기도 하고, 한 꽃대에서 나온 난꽃 다섯 송이와 눈 마주치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아는 듯 내가 말하면 네가 듣고 네가 말하면 내가 듣는 듯 서로 귀 기울이고 눈 마주치며 서로가 서로를 읽는다.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이렇듯 식물과의 말 없는 교감. 이런 것들도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말, 참 좋다. 흔히 대화에서 경청(傾聽)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인데, 살펴보니 이청득심은 논어의 위정(爲政)편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설에 의하면 중국의 노나라 왕이 바닷새를 데려와 술과 진미를 권하고 풍악을 울리고 무희들이 춤을 추게 하는 등 융숭한 대접을 하였건만, 바닷새는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하여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장자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좋으면 상대방도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결국 그와 관련된 일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청득심의 자세는 오늘날에도 조직 관리나 인간관계 그리고 리더십과 관련하여도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특히 경청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경청(Active Listening)은 단순한 듣기가 아닌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브 코비는 "경청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라고 하였고,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도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 줄 때, 우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고래로부터 현재까지 말하기보다 듣기의 중요성을, 즉 경청의 자세를 고사성어나 연구 등을 통해 설파한 것이다.

'마이동풍'이라는 말이 있다. 당나라 시선 이백의 시 구절의 한 대목으로 직역하면 '말의 귀를 스치는 동쪽 바람'으로 풀이되는데 이처럼 남의 비판이나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독단과 독선에 갇혀 흘려듣고 무시하여 크게는 나라를 망치거나 그르치던가 회사에 막심한 손해를 끼치는 군주나 리더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고 많았는가? 그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를 의미했음이리라. 예컨대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두 개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입은 가운데 있으나 귀는 양쪽에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입이나 눈은 다물거나 감을 수 있으나 귀는 항상 열려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이겠는가. 보고 말할 때는 신중을 기하여 말하되 들을 때는 두루두루 살펴서 잘 들으라는 뜻 아니겠는가? 또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나,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하였는데 그만큼 말하기는 쉬우나 경청, 즉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기란 어렵다는 뜻이리라.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곧 소통을 의미하는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정녕 불통의 시대인가? 소통의 시대인가? 소통(疏通)이란 막힌 것을 터버린다는 소(疏)와 사람 간의 연결을 뜻하는 통(通)의 개념을 합성한 것인데 단순한 의미 전달을 넘어선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경찰서에서도 '이청득심 -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 시간'이라는 타이틀로 소통 간담회를 한 달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주로 아침 티타임 시간을 활용하여 서장과 각과 기능별 계, 팀으로 나누어 소통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이루고자 하는 것 즉 장래 희망이나 꼭 하고픈 일부터 건의 사항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박한 이야기부터 내 집 마련, 해외여행,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산, 가족의 행복, 심지어 에베레스트 등정까지 각양각색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듣고 또 들려온다. 이 모든 과정이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의 일환일 텐데 서로 간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자꾸 부딪치고 빠져들면 익숙해지고 정들기 마련이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 주눅 들어 피하면 멀어지는 것이니 힘들고 어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부딪쳐 해결해 보자. 어떤 형태로든 답이 나올 때까지. 그리하여 이러한 과정의 끝에 경청 그리고 소통이 바탕이 된 긍정의 결과물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행복 바이러스가 활짝 핀 난꽃의 매콤한 난향과 함께 우리 경찰서 전 직원들에게, 그리고 시민들에게 전파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어록으로 갈무리하고자 한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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