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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단지 낭만적인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등장한 새로운 근무 트렌드, ‘워케이션(Workation)’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이 개념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워케이션 유치를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지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관광 마케팅이 아니다. 워케이션은 지역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장기 체류형 방문객을 통해 로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청정 자연’과 ‘정이 흐르는 삶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라남도는 대한민국 워케이션의 최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도해와 숲, 온천, 슬로시티 등 다양한 힐링 자원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농촌 체험, 지역 먹거리, 전통문화 등 ‘전남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까지 포함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워케이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도 전국 각지에서 ‘자연 속에서 집중하며 일하고 싶다’는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숙박을 연계한 시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히 전남이 보유한 수많은 섬은 고유의 풍경과 고요한 환경 덕분에 워케이션지로서의 잠재력이 크며, 이에 대한 전략적 육성도 필요하다. 섬 지역 특유의 매력은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쉼과 몰입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남의 워케이션은 ‘가능성’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예컨대, 워케이션을 위해 체류하는 이들을 위한 장기 숙박 혜택이나 교통 연계 서비스, 안정적인 업무 환경(인터넷, 전원, 회의 공간 등)에 대한 고려가 아직 체계적이지 않다. 그 결과 전남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결국 수도권이나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제는 본격적인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라남도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워케이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첫째, 일·휴양 연계 관광지 지정이 필요하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가 가능한 환경과 쉼의 요소가 결합된 장소를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홍보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전남형 워케이션 패키지 개발이 요구된다.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 지역 기반의 식음료·문화 체험, 코워킹 공간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엮어 기업 및 개인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워케이션으로 외지인이 유입되면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상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주민과의 공존 모델을 설계하고,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남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단순히 “도시보다 조용하다”는 장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남이 가진 고유의 매력인 자연, 공동체, 정서적 여유를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통로로 워케이션이 작동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전남은 워케이션의 목적지가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시작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워케이션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광과 정주, 일과 쉼, 외지인과 지역민이 조화를 이루는 워케이션 생태계. 그 중심에 전라남도가 있기를 기대한다. 일상이 쉼이 되는 곳, 일터가 자연 속에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워케이션의 성지, 전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