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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지난해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른바 ‘대자보 도시 광주’다. 이는 단순히 특정 교통수단을 권장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다. 도시의 구조, 시민의 일상, 미래 세대의 삶을 모두 아우르는 근본적인 전환의 선언이다. 그리고 그 전환의 출발은 사람이다.
우리는 이동을 위해 수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지만, 그 모든 시작과 끝은 걷기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도시와 도로는 차량을 위한 공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보도는 끊기기 일쑤고, 신호는 차량을 먼저 배려한다. 보행자 사고 비율이 전체 교통사고의 3분의 1을 넘는 현실은 그 결과다. 이제는 차량 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 보행자를 우선하는 도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자전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건강에도 이로우며, 경제적인 교통수단이다. 특히 도심 내 단거리 이동에 있어 자전거는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에는 자전거 도로가 단절돼 있거나 차량과의 경합으로 인해 안전하지 못한 구간이 많다. 따라서 자전거 도로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안전해 질 수 있도록 차량 중심의 도로 공간을 과감하게 조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갖춰져야 비로소 시민들이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이다. 교통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모든 시민이 차를 몰 수는 없다. 어린이,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대중교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버스나 도시철도가 느리고 불편하다면, 이들의 이동권은 자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광주는 대중교통을 누구나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정시성 확보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개통에 맞춰 지하철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고,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도심급행버스도 도입하여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정시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교통수단 간 환승체계를 구축해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중교통을 갖춰도, 정류장까지 걷기 불편하다면 시민은 다시 자동차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은 개별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대중교통 정류장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의 흐름만을 고려하던 도시의 구조를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다시 그려야 한다.
물론 자동차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자동차는 여전히 필요한 수단이며, 일정 부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도시 안에서 자동차가 기본값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자동차가 가장 빠르고 편리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이 가장 손쉬운 선택이 되도록 도시가 바뀌어야 한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많은 나라의 도시들이 이미 그러한 전환을 이뤘다. 도로는 차량보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되었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시민의 기본 이동수단이 되었다.
시민의 이해·동참 이끌어 내야
대중교통 체계의 변화는 결국 시민의 공감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도시가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갖춘다 해도, 시민의 삶과 일상 속에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 바뀌어야 하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때, 정책은 단순한 행정을 넘어 모두의 변화로 확장될 수 있다. 도시를 바꾸는 힘은 결국 시민의 이해와 동참에서 비롯된다.
광주가 선언한 대자보 도시는 이제 시작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곧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대자보 도시 광주’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