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 석회암 온천수가 만든 위대한 자연의 작품
관광대국튀르키예를탐하다

억겁의 세월 석회암 온천수가 만든 위대한 자연의 작품

관광대국 튀르키예를 탐하다<15> 파묵칼레 노천온천, 대자연의 경이

파묵칼레 석회암 노천온천의 비경. 꿰찬 신발주머니가 지혜를 보여준다.
파묵칼레의 물이 넘쳐 흐르는 도랑과 저수지. 산 아래 동네는 관광촌.
트로이 유적지에서 하루 종일 차를 달려 해어름에야 파묵칼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부산 거리보다 더 긴 장거리이지만 6월의 긴긴 하루 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묵칼레에 다가갈수록 그 유명한 파묵칼레는 어떤 모습으로 첫인상이 각인될지 자못 흥분하기 시작했다. 파묵칼레는 튀르키예의 3대 관광명소이니 이스탄불 여행으로 한정하지 않는 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행 필수코스다. 더러 촉박한 일정상 이스탄불과 파묵칼레만 묶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또 다른 3대 명소인 카파도키아는 파묵칼레에서도 600km 이상 내륙쪽으로 더 주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묵칼레가 무슨 말인지부터 알아야 그 비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영어식 지명이 아니므로 튀르키예 여행지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언뜻 그 이미지가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지명을 오래 기억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지중해 쪽에 있는 파묵칼레는 데니즐리 주의 소도시에 불과하다. 그 이름은 이곳에서 대량 생산되는 ‘목화(Pamuk)의 성채(Kal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얀 석회암 언덕이 하얀 목화로 만든 성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파묵칼레에 가는 동안 대평원에서는 푸릇푸릇한 목화밭도 자주 눈에 띄었다.

파묵칼레 남쪽 입구 쪽은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숙박시설이 잘되어 있고 우리는 ‘White Heaven‘이라는 깔끔하고 멋진 호텔을 택했다.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를 다 구경한 후에 어두워 투숙했기 때문에 다음날에야 이 호텔이 이 도시의 역사성과 의미를 살린 조형물과 시각적인 디자인이 볼품이 있는 점을 알게 되었다.

흐르는 온천수가 만들어낸 기묘한 무늬.
●모두가 탄성…마냥 즐거운 파묵칼레 관광체험

우리는 온천지대 위쪽의 로마시대 공동묘지인 히에라폴리스로 입장했기 때문에 파묵칼레를 멀리서 보면서 환호성을 지를 기회가 없었다. 히에라폴리스를 다 구경한 후에 안쪽으로 더 걸어가니 파묵칼레의 비경이 순간 나타나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을 담그고 마냥 즐거워하는 엄청난 관광객을 만나니 더불어 신이 났다.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신발을 손에 든 채 능력에 따라 자연온천 속으로 들어가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발바닥이 얇은 우리들은 거친 바닥에 적응하지 못해 깊이 들어갈 수 없었다. 미리 수영복을 준비해 온 젊은 여성들은 마냥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먼 곳까지 들어가 있었다. 6월의 온천은 침출수가 많아 어느 곳이나 물이 만든 비경을 보여주었다.

파묵칼레는 평원에서 산비탈로 올라가는 약 200m 절벽의 샘들에서 솟아나는 칼슘을 함유한 물로 인해 하얀 석회석이 외계 행성 같은 특이한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칼슘 퇴적물은 폭포와 도랑, 계단, 웅덩이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면서 산비탈을 온통 하얗게 도배하고 있다. 가히 환상적이다. 어찌나 경이로운지 어떤 관광객들은 파묵칼레가 튀르키예 관광의 백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단층에서 솟아난 35도 정도의 뜨거운 노천온천수가 하얀 대지를 널따랗게 적시며 흐를 때 온갖 기묘한 재주를 부려놓았다. 물이 있고 석회암이 있어 자연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였다. 관광객들은 신발을 벗고 드넓은 온천지대에서 걷기 체험을 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으니 그들의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심지어 한여름의 태양이 더 뜨거워지면 노출을 즐기는 서양여성들은 대거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각양각색의 패션을 자랑하면서 웅덩이를 돌아다니는데 6월말은 아직 아니었다.
파묵칼레의 유료온천인 앤티크 풀. 고대건축물의 대리석 기둥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파묵칼레는 중국 구채구·황룡과 어떻게 비견될까

하여간 대자연의 작품인 파묵칼레의 비경은 중국 사천성의 풍경구인 구채구와 황룡에서도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흔히 황산은 산의 비경이요 구채구는 물의 비경이라고 일컬으니 석회암 온천이 만든 오묘한 비색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옥색 물빛과 수많은 웅덩이는 양쪽이 비슷하지만 파묵칼레의 비탈에서는 용천이라는 솟아나는 샘물이 눈부신 천국을 이루고 있다. 지리학적으로 비유하자면, 파묵칼레의 석회암 용출 온천은 김밥의 옆구리가 터진 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중국의 온천이 골짜기와 숲이 있는 곳에 형성된 것과는 달리 이곳은 거의 민둥산 산비탈에서 용출수가 솟아난 형태이다.

우리가 파묵칼레의 남문 쪽에서, 즉 산 아래에서 접근했더라면 먼 거리에서부터 파묵칼레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날 파묵칼레 전체를 산 아래에서 조망하니 온천시설이 있는 곳이 주요 관광 포인트였다. 히에라폴리스의 보행로 옆으로 셔틀버스 코스 바로 아래에도 석회암이 넓게 드러나 있었는데 현장에서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미리 여행 전에 파악하고 가지 않은 탓에 빚어진 일이었다.

파묵칼레의 앤티크 풀에 만들어진 아담한 온천폭포. 유도화 꽃이 대비를 이룬다.
●앤티크 풀에 잠긴 클레오파트라의 고운 피부결

자연적으로 형성된 앤티크 풀(Antique Pool)은 비싼 복합유산 입장료에 이어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곳은 피부 미용을 위해 클레오파트라가 온천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앤티크 풀은 지진으로 유적지가 붕괴되면서 바닥에 깔린 석조 건축물 위로 온천수가 들어차면서 만들어진 자연 온천의 수영장이다. 그래서 바닥에 무질서하게 널린 신전 기둥과 주춧돌들이 그 오랜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치료의 온천수 물에서 유영하면서 상상일지라도 역사 속의 클레오파트라와 시공간을 공유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녀의 섬섬옥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잔물결이 내 몸을 간지럽게 하지 않을까? 이렇게 기운이 통할 때 부드러운 피부 결을 덤으로 얻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온천수를 이용한 치료법이 근동지역 민속신앙과 더불어 기독교의 신앙과 결부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 온천수의 신통한 치유력도 다양한 온천시설을 통해 전세계의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

파묵칼레의 계단식 웅덩이.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