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시 트로이의 목마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키다
관광대국튀르키예를탐하다

고대도시 트로이의 목마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키다

관광대국 튀르키예를 탐하다<10> 해변 요충지 차나칼레

차나칼레 해변의 랜드마크 트로이목마. 영화소품을 폐기하지 않고 남겨두어 포토존과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아쉬움으로 떠난 부르사여, See you!

오스만제국의 첫 수도로서 다양한 역사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부르사는 휴양 겸 위락도시다. 또한 생태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튀르키예식 전통목욕탕인 하맘이 널려 있어도 그 내부를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터키탕’이라는 대중목욕탕이 도회지 도처에 있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그 내부의 이용행태와 시설을 꼭 살펴보고 싶었었다. 수백년씩이나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고대로마의 공중목욕탕이 사라진 것과 무엇이 다른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 기회로 미뤄야지 어쩌겠는가.

그뿐 아니다. 부르사의 생태 보물인 기념물 플라타너스 나무 두 그루도 그 웅장한 수세를 보지 못하고 떠나야 하지 않았던가. 지난 주에 두 노거수를 사진까지 소개하기는 했지만 현장엔 가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었다.

특히 부르사 도심의 20km쯤 서쪽에 위치한 울루바트 호수의 호반에 있는 ‘Aglayan Cinar’는 구글지도에도 대표적인 관광지로 나타난다. 750살이 넘은 데다가 장대한 수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절한 사랑의 사연도 얽혀 있어 유명세가 단단히 붙어 있다. ‘Aglayan’는 튀르키예어로 ‘우는 천사’이고 ‘Cinar’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뜻한다. 가슴 아린 슬픈 사랑을 간직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울부짖는 나무’로 흔히 소개된다. 1차세계대전후 그리스와 터키가 국경을 새로 정하고 주민들을 서로 강제교환할 때 국적을 달리한 두 연인은 나무 아래에서 투신함으로써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다.

마르마라 해가 주는 혜택을 입고 있는 풍력발전기와 풍요로운 해안 평야.
●터키의 기념물 노거수와 나주 봉황의 보호수가 중첩되는 이미지

나주 봉황면 철천리의 굴참나무 보호수는 두 갈래 줄기가 아글라얀 플라타너스의 형태와 꼭 닮았다. 그래서 비교하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주 굴참나무는 한 줄기의 가슴높이 둘레가 3.5m이지만 두 줄기를 합하면 10m가 넘어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튀르키예의 기념보호수도 꼭 그런 식으로 한 줄기는 옆으로 멀리 뻗어나간 후 하늘로 치솟았다.

한편, 나주의 굴참나무엔 필자가 ‘굴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세요’라는 팝송 제목을 차용해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그리고 연인간의 재회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터키의 플라타너스엔 너무도 애틋한 사랑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애써 슬픈 사연을 찾아간 여행객들은 현장에서 비애의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밀과 목초지 수확이 끝난 너른 해안평야의 풍요.
●부르사에서 차나칼레에 이르는 자동차 드라이브 여정

나흘째 되는 날, 부르사 관광을 마치고 오후 3시경 차나칼레를 향해 드라이브를 재개했다. 그곳에 황혼에 도착해 일박해야 다음 여정이 순조롭게 이어진다.

부르사를 벗어나니 전날처럼 시원하고 풍요로운 대지가 펼쳐졌다. 마르마라 해를 우측으로 끼고 해안도로를 달리니 오늘은 해안가 저지대의 논은 보이지 않았지만 옥수수밭과 목초지 등이 끝없이 이어졌다. 풍력발전기도 푸르른 목가적인 풍경과 어울렸다. 꼭 독일에서 목초지에 널려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았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중국의 발해만과 서부 사막지대를 뒤덮은 풍력발전단지가 주는 경외감, 그리고 경계심이 주는 황량한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나칼레에 들어서자 먼저 대형마트에 들렸다. 엄청나게 큰 한국수박이 단돈 8,000원이어서 수박잔치를 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너무 큰 수박이라 장정 넷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반대를 이기지 못했다. 마트 안에는 대형견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팔자 좋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고 나중에 트로이 목마 그늘에서도 그랬다. 참으로 팔자가 좋은 견공이 부럽고 이국적이라 앵글에 담았다. 이후 튀르키예 어디에서나 주인이 없는 대형견이 길거리를 온순하게 떠돌고 있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런 풍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의 떠돌이 개는 중소견이라도 무서움을 주는데 웬일일까? 인생과 견생이 어떻게 그런 조화를 이루고 평화롭게 공존하는지 당연히 현지인에게도 물었다. 인도에서 소가 길거리를 배회하는 건 뿔에 받힐 일이 없고 종교적 특성 때문에 이해가 간다. 하여간 세상은 넓고 여러 곳의 풍토는 다르다.

차나칼레 할인점의 대형 수박. 우리 돈으로 8,000원꼴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차나칼레 대교

튀르키예는 유라시아대륙의 경계를 이루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어 있어 고대로부터 양대륙의 문화와 역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남서쪽으로 마르마라 해안을 따라가면 차나칼레가 있는 다르다넬스 해협에 이르게 된다. 에게해의 입구인 좁은 해협에 위치한 차나칼레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차나칼레 전투’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고대엔 호머의 일리아드로 유명한 토로이 전쟁이 인근지역에서 있었다. 그래서 트로이 목마가 시내 해변에 전시되어 있는데 영화소품을 폐기하지 않고 이곳에 남겨두어 포토존과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이 해협은 좁은 곳이 1.2km밖에 되지 않아 요충지가 되었고 차나칼레 전투에서 양쪽 군사가 35만명이나 전사했다. 그래도 튀르키예의 국부로 불리는 아타튀르크가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을 저지시켜 나중에 국민영웅으로 부상할 수 계기가 되었다.

대륙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 차나칼레 대교.
한편 이곳엔 한국의 SK에코플랜트 등 두 건설사가 ‘차나칼레 1915 대교’를 2022년 3월에 개통해 금자탑을 쌓았는데 세계 최장 현수교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해협을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교의 주경간은 2023m로 설계되면서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인 2023년을 기념했다. 주탑의 높이는 318m인데 승전일인 3월18일을 기념한다고 한다. 다리 전체 길이는 3,563m이고 연결도로 85km까지 한국의 두 건설사가 2034년까지 운영권을 갖고 있다. 두 건설사는 광양만권의 2.26km 이순신대교(2010년 기준 세계 4위)도 건설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것이 공사 수주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튀르키예의 대교도 통행량을 7배로 과대 계상해 한국의 건설사는 지난 3년간 손실보전금으로 1.4조원이나 보상받았고 작년엔 4,270억원이나 보전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놀랄만하다.

다음주에는 차나칼레 해변의 트로이목마에 얽힌 에피소드와 인근의 트로이 유적지에 대해 다루고 제2의 관광명소인 파묵칼레 이르는 여정을 쓰고자 한다. 김성후(동신대 명예교수)

차나칼레의 중심가 길거리 풍경. 어느 도시나 통신사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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