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파도키아에 흔한 머리가 작은 소두족들의 황혼 기도. |
카파도키아는 발음도 어렵고 외우기는 더욱 어려운 이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의 자연경관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그곳의 열기구 떼가 창공으로 비상하는 대지의 향연을 비주얼로 한 번 보면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결코 여느 여행자라도 일생 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지는 못하리라. 그렇지만 지명의 이름을 계속 외우고 사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스페인의 괴기한 세기적인 대성당은 여행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란 이름은 아무나 머릿속에 외기 쉽지 않은 경우와 같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까지는 쉬운 편이고 로마의 콜로세움까지는 그런대로 간신히 외울만한 경우와 비교가 된다.
![]() 튀르키예의 테이블 마운틴 같은 젤베산과 산 아래의 장미계곡. |
![]() 카파도키아의 이색적인 바위 속의 집. |
카파도키아(Capadocia)라는 지명은 기원전 히타이트 제국시절부터 존재했던 지역명이다. 그 이후 수많은 제국과 왕국이 교차하면서 지배해 여러 나라 언어로 비슷한 이름이 여러 개가 있다. 한때는 몽고제국의 영토이기도 했지만 몽고어 고유명사 표기는 없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카파도키아는 인류 최초로 철의 제국이었던 히타이트의 언어로는 ‘아랫땅’이라고 했다. 그 일대에 지하도시 유적이 수십 개나 되는 점에서 참으로 그 어원에 공감이 간다. 하여간 카파도키아는 벨기에 만화가 작품인 스머프(smurf) 캐릭터의 영감이 되었고 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의 치하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수세기 동안 면면히 신앙을 지켜온 보석 같은 역사의 땅이다. 카파도키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고 중앙 아나톨리아 지역 한가운데에 있는 넓은 지역을 말하는데, 네브쉐히르 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네브쉐히르 주의 괴뢰메 시에 열기구 명소가 있고 근처의 여러 도시에 유적지가 흩어져 있는데 지하도시로 유명한 명소는 데린쿠유다.
그러나 현재 카파도키아는 4~13세기에 걸쳐 건설된 기암괴석의 고원도시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괴레메라는 도시 이름은 아주 생소하게 되고 말았다. 지도에서 카파도키아를 찾을 때 구체적으로 괴레메 시를 인식하게 되고 그곳에 가면 중심이 괴뢰메 시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될 뿐이다.
카파도키아는 약 3,000만년 전에 대규모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화산지역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유일한 지형적 특징 때문에 독특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화산 폭발시 마그마 분출로 만들어진 용암바위 주위로 폭발 후폭풍인 화산 분진이 10미터 두께로 내려앉아 응회암으로 굳어져 쌓였다.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응회암은 화성암에 비해 무르고 약하기 때문에 쉽게 깎여나가 카파도키아 지역 특유의 버섯 모양 바위들이 일대에 널리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지역은 1,000m가 넘는 고원지역으로 인근에 3,000m가 넘는 고산이 둘러 있어 일교차와 연교차가 심한 기후지대라서 강한 바람이 풍화작용을 했다. 그리고 봄에는 녹아내리는 눈이 부드러운 응회암을 계속 침식시켰다. 그래서 버섯 모양이나 남근석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요정의 굴뚝(Fairy Chimney) 또는 ‘가족바위’라고도 불린다. 큰 버섯 모양의 바위는 머리 부분의 단단한 현무암은 침식을 견디고 그 아랫부분은 응회암이라 바람과 비에 침식되어 만들어졌다.
![]() 외계행성에서 현실감을 가지라는 호텔주변 음식점의 배너 광고. |
![]() 폐업중인 수공예품 판매센터. 뒷산은 젤베산의 끝자락으로서 트레킹 입구이다. |
이곳의 기암괴석 무리는 너무도 그로테스크하고 지구상에서 달리 구경할 수 없는 곳이라 장엄하기도 하고 신성시 보일 지경이다. 실로 대자연의 힘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광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경탄했다. 달 표면에 인류 최초로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카파도키아의 자연을 보고 한 마디 명구를 남겼다. 여기에 진즉 와 보았다면 달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실제로 이곳의 풍경은 달 표면의 황량한 먼지투성이와 검은색 하늘과는 천양지차이다. 여하간 이곳의 장엄한 대자연만큼은 에뜨랑제에게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카파도키아 관광은 대부분 단체관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리 현지 지형과 명소를 소상히 파악하고 가지 않으면 자칫 문화생태체험관광의 진수를 놓치기가 쉽다. 이 일대가 괴뢰메 국립역사공원이기 때문에 수많은 구경거리와 다양한 관광콘텐츠가 혼재되어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열기구 체험은 공통부분으로 한 후 역사유적관광, 생태관광, 트레킹, 노을관광, 케밥 맛집관광 등등에 각자 주안점을 두어야 제대로 이곳의 관광테마를 흠씬 즐길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체험관광이라는 지상 최대의 쇼에 다음날 새벽 여명에 직접 참여한 여정은 다음편에 소개한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
![]() 바위 동굴 빈집. 이제는 빨간 국기만 입구에서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