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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어원에는 '앞에서 먼저 바람을 맞는 사람'이란 뜻이 있다. 12.3 내란 혐의로 재판 중인 역사의 죄인들은 여전히 계몽령의 착각 속에 산다. 바람을 맞는 것은 부하들 몫이다. 부끄러움이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리더의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타락한 엘리트 집단의 전형이다. 새 정부가 올바른 책임 윤리를 기반으로 역사적 신념을 관철시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리더(LEADER)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단어 자체가 주는 함의도 깊다. 첫째,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Listen). 둘째, 합당한 설명을 통해 국민적 합의을 도출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Explain). 셋째,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도와야 한다(Assist). 넷째,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Discuss). 다섯째, 올바른 평가를 통한 시대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Evaluate). 마지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Respond).
"지붕은 날이 밝을 때 수리해야 한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날이 밝은 날 지붕을 올려다보아야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보인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는 시간에 대한 명언이다. 그는 짧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설득력으로 소련과의 핵전쟁 위기를 극복했고,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에이브러햄 링컨 16대 대통령은 소통과 타협을 통해 노예제를 폐지했다. 국민 분열을 막기 위해 포용과 통합을 무기로 반대 세력까지 껴안는 리더의 품격을 보여줬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섯 번의 생사고비와 일곱 번에 걸친 투옥을 겪었다. 취임 후에는 정치적 복수를 하지 않고 정적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그의 정치철학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교훈으로 삼을만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제한적 관용은 12.3 내란과 같은 역사적 범죄를 합리화시키는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관용을 베풀지 않는 용기'가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쓸모는 국민 안전보장과 행복 추구다. 내란 이후 경제는 추락했고,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다중위기는 사회 전체를 거미줄처럼 옥죄고 있다. 제대로 대응하려면 뜨거운 열정을 냉정한 현실감각과 통합시켜 정책으로 실행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선거제도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밖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역대 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그 자체로 희망을 품게 한다. 국제사회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과시하고 강대국과의 통상 협상 카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예측 가능성마저 흔들린다. 외신들은 당면한 과제로 국민 통합과 한미 무역 협상을 중요과제로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14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통상 충격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내수 부진을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투자와 소비감소로 일자리 증가 폭도 10만 개를 밑돌 거라는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선거였다. 유권자의 역사적 선택과 투표 참여는 '빛의 혁명'을 완결시켰다. 내란을 막아낸 것도 국민이었듯이, 멍든 나라를 곧추세우는 것도 국민이다. 리더의 품격은 거창 한 것이 아니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을 아우르고 모두를 섬기는 대통령"이 되면 된다. 이제 시작이다. 새 정부의 성공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