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아시아로… 유서깊은 옛 실크로드 정취에 취하다
관광대국튀르키예를탐하다

유럽서 아시아로… 유서깊은 옛 실크로드 정취에 취하다

■관광대국 튀르키예를 탐하다 9-2) 부르사 여행

부르사의 양대 모스크인 오르한가지 모스크.
=부르사 옛 성문 앞의 철제 조형물 무사와 미소 짓는 소녀.
●오스만제국의 첫 수도 부르사

지난주에 튀르키예 제4의 도시이자 초창기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부르사에 대해 일부 소개했으니 이번주엔 나머지 부분을 다룬다. 넓고 넓은 튀르키에에선 부르사 정도는 보통 한국 사람들이라면 여행지로도 인식조차 못하는 곳이다. 조금 해외관광에 관심이 있는 여행 매니아라고 해도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일망정 이곳까지 다녀오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 그래서 쉽게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오직 자동차여행으로 쉬 발길이 닿는 여행객이나, 온천 치유관광이나 역사유적여행 등 특수 목적을 가진 여행객만 찾는 곳이다.

이곳은 오스만 터키의 초기 수도라서 역사적인 명소가 자랑거리인데 외국 관광객들이 이스탄불에서 배와 육로로 떠나는 근교여행지이다. 과거 동서양 무역이 성황을 이룰 때 실크로드의 종착지라는 수식어도 따른다. 그래서 다양한 실크 종류와 정교한 무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 도자기가 여행객들의 쇼핑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이런 쇼핑이 가능한 ‘그랜드 바자르’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바자르 이름도 이스탄불의 여행 버킷에 꼭 들어간 ‘그랜드 바자르’와 똑같다.

부르사 그랜드 바자르.
●고도에 남은 거목 보호수

그렇지만, 필자에겐 오직 생태관광과 역사관광의 노거수와 유적지만이 관심사였다. 부르사엔 신령한 고목이 유명하다고 이스탄불의 현지 가이드가 자랑하고 적극 방문을 권장했으니 누차 수소문했다. 그러나 여러 현지인도 모르고 있으니 포기해야 했다. 인터넷에서도 바로 검색이 되지 않아 일단 가슴에 묻어둘 수밖에….

나중에 끝내 찾고 보니 인카야 마을의 플라타너스인데 620여 살로써 튀르키예에서 동종으로 가장 큰 나무이다. 지름 3m, 둘레 10m, 높이 37m로 한국의 천연기념물 같은 자격이 된다. 구불구불 산길로 20리 길이니 차로는 금방 닿을 수 있었는데…. 그곳 울루바트 호숫가에 752살 노거수는 연인의 자살을 부른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인해 울부짖는 플라타너스로 알려져 있다.

진짜 장대한 기념물 나무는 못 보았지만 ‘코자 한’ 전문시장 주위의 웅대한 플라타너스 거목들이 그나마 보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었다. 그리고 붉은 꽃의 아카시 가로수도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었으니 위안이 되었다. 홍색 아카시 꽃은 한여름의 짙은 신록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니 그 조화가 참으로 신기하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물론 셔터도 눌렀다. 한국으로도 가져가 남도 산하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었다. 이스탄불의 궁정 정원 화단에서 보랏빛 아가판투스 꽃밭을 보고도 남도에 널린 노란 원추리처럼 널리 퍼뜨리고 싶었었다. 아가판투스 꽃은 ‘사랑스러운 꽃’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으니 따뜻한 남도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도로 중앙분리대나 화단에서 심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 백합이나 나일 백합이라고도 불리니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아가판투스는 생태관광을 내세우는 남도의 시군에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을 부르사에 이르는 동안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구근이라 절로 자라지 않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울루 자미와 코자 한 사이에 설치된 관광안내소.
인카야 마을의 플라타너스.
●옛 비단길 흔적이 남아 있는 그랜드 바자르와 ‘코자 한’ 쇼핑 문화센터

14세기 오스만제국 초기의 건축양식이라는 부르사 최대 모스크인 울루 자미, 오르한가지 자미, 그 사이에 위치한 코자 한(Koza Han), 그리고 온천탕인 하맘 구경은 눈이 즐거웠다. 울루 자미 주변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그랜드 바자르 등 실내형 시장이 넓게 형성되어 상업이 왕성했던 과거의 지역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했다.

코자 한은 1491년에 형성되기 시작한 튀르키예 최대의 비단 전문 시장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던 역사를 배경으로 튀르키예 실크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건물 중심의 분수대 주변에는 음식점이 넘쳐나는데 실내는 물론 실외 공원도 부르사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실외 공원의 플라타너스 거목들도 싱그러움을 더하여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했는데 필자의 눈에는 나무 자체의 위용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르한가지에 의해 만들어진 오르한가지 자미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이다. 1339년 오스만제국의 두 번째 술탄인 오르한가지에 의해 세워졌다. 근처 톱하네공원의 대형 시계탑도 유서 깊은 곳이란다. 33m의 시계탑은 사각형으로 각면마다 아치형 유리창이 인상적이고 특히 시내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건너뛰어야 했다.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서 오스만제국 건국자와 그의 아들인 오르한가지의 무덤이 있는 곳이지만 가까이 있어도 가지 못했다. 여행객은 갈 길이 먼데 어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겠는가.

아카시 가로수의 붉은 꽃이 그저 신기하고 돋보인다.
울루바트 호숫가의 플라타너스.
●부르사의 다양한 관광매력물들

부르사는 2,543m로서 서부지역 최고봉인 스키 리조트 울루산의 북쪽 자락에 위치한다. 그래서 도시에 진입한 이래 지세가 참 아늑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절로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 고산은 옛날에는 올림퍼스산으로 불렸다. 하여간 북향일지라도 배산임수가 확연하니 한국의 풍수개념을 이곳에 대입해도 무방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르사 고성의 동쪽 정문은 살타나트 문인데 고색창연했다. 이곳은 옛날에 비단과 향신료의 교역로가 지나는 곳이었다.

한편, 세마 댄스는 이해하기 어렵고 신비한 이슬람의 전통춤인데 이곳에서 문화센터를 찾으면 무료관광이 가능한 모양이다. 이슬람 메블라나 종단의 춤인 ‘세마(Sema)’는 원래는 이슬람교 신비주의자들이 신과의 만남을 위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빙글빙글 회전하며 장시간 황홀경에 빠져 추는 춤이다.

부르사는 이스켄데르 케밥의 원조 식당이 볼만한 곳이라고 했지만, 차분히 미식여행까지 두루 다 누릴 수는 없었다. 역시 우리나라 르노 자동차 공장도 자동차 공단 내에 있다지만 한국인으로서 우쭐대는 심정으로 발품을 팔아 현장까지 답사할 엄두를 낼 수는 없었다.

다음 주에는 다르다넬스 해협 입구 도시이자 또 하나의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대교가 있는 차나칼레까지 이르는 일정 등을 다룰 것이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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