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철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장 |
말벌류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한 주간 평균 온도가 27~28도인 8~9월이다. 이 시기는 벌들이 교미, 여왕벌 육성, 애벌레 육아 등으로 가장 바쁜 시기인데, 올해처럼 명절인 추석이 10월 초인 경우, 벌 쏘임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듯, 벌에 대해서 잘 알고 대처하면 벌 쏘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시민들에게 말벌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 말벌의 종류별 출현 시기 및 벌집제거 출동 건수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올해 8월 말까지 광주시에서 벌로 인한 출동 건수는 총 1,665건이다. 그 중 1,381건을 차지하는 말벌류의 출현 빈도는, 쌍살벌 749건(45%), 외래종인 등검은말벌 344건(20.7%), 말벌 281건(17%), 장수말벌 7건(0.4%)순으로 나타났다.
각 말벌의 특징을 살펴보면, 쌍살벌은 4월부터 출현해서 6월 53건, 7월 139건, 8월 537건으로 8월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등검은말벌과 말벌은 5월부터 출현해서 7~8월에 월평균 168건으로 점진적 증가한다. 그리고 장수말벌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7월부터 출현한다. 말벌류 중 가장 많이 출현하는 쌍살벌은 크기가 15~22㎜이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종으로 관목가지, 처마 밑, 돌담사이 등에 삿갓모양의 둥지를 짓는다. 독성은 심하지 않지만 꿀벌보다는 훨씬 강하다.
두 번째로 많이 출현하는 등검은말벌은 외래종으로 20㎜ 정도의 크기이며 독성은 일반 벌의 15배 이상이고 벌집은 타원형으로 토종말벌집보다 2~3배 큰데, 대부분 10~15m 높이 나무 꼭대기, 도심 가로수나 전봇대, 아파트 지붕 등에 집을 짓는다. 게다가 번식력과 공격성도 토종 말벌보다 훨씬 강할뿐더러, 매일 수천마리의 꿀벌을 사냥해 양봉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장수말벌은 크기가 50㎜ 정도이고 독성은 꿀벌의 40배에 이르며,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장수말벌은 자주 출현하지 않지만, 산비탈 등에 주로 집을 지어 산행이나 벌초 시 벌집 입구를 밟으면, 벌들은 벌집이 공격당했을 때 가장 흥분하기 때문에 집단으로 장수말벌에 쏘일 수 있다. 말벌의 습격을 당하는 경우, 머리 부분을 보호하면서 즉시 20m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하고, 팔을 휘두르는 등 큰 몸짓은 벌을 더욱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말벌의 공격성향을 보면 말벌은 노란색·흰색 등 밝은 계열의 색 보다는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에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말벌의 천적이 곰(검은색), 담비(갈색), 오소리(회색) 같은 포유동물이어서 짙고 어두운 색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에서는 지난 9월 4일, 벌쏘임 사고 ‘경보’를 발령했다. 경보는 벌 쏘임 사고가 주 370건 이상, 벌집제거 출동이 주 1만 건 이상 2주 연속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 발령되는데, 이 기간에 안전한 야외활동을 위해 몇 가지 당부 사항이 있다.
벌초나 등산 등 야외활동 시 피부를 완전히 덮을 수 있도록 긴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나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하며, 벌초작업 전에 무덤주변에 벌의 왕복 비행을 관찰하여, 무덤 주변에 구멍이나 흙무더기가 있으면 말벌의 둥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변을 살펴야 한다.
만약 벌에 쏘였을 때는 쏘인 부위의 감염방지를 위해 깨끗이 씻고 얼음찜질을 해주면 통증과 가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 증상이나 과민성 쇼크(아낙필락시스)가 올 경우 신속하게 119로 신고하여 병원의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