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가 장안순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남포미술관 전시실 일부. |
문화 소외지역 문화센터 역할 자임
열악한 환경 속 굵직한 기획전시 눈길
8월 9일까지 한국화가 장안순 초대전
여수~고흥 연륙교에 외지인 발길 늘어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는 일은 설렌다. 바다와 섬에 대한 동경을 육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탓일까. 4개의 섬을 5개의 다리로 건너며 다도해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여수~고흥간 연륙교를 따라 고흥 남포미술관을 방문했다.
![]() 곽형수 남포미술관장 |
여수 화양면에서 고흥 영남면까지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4개의 섬을 조화대교~둔병대교~낭도대교~적금대교를 건너 팔영대교까지 다섯 개의 다리로 지난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여수에서 고흥까지 육지로 1시간 30분 걸리던 길이 40분 이내로 단축됐다. 가는 길은 쪽빛 바다와 점점이 펼쳐진 섬들로 예기치 않았던 힐링을 선사한다.
마지막 팔영대교를 목전에 두고서는 적금도 전망공원에 잠시 멈춰 1.340미터의 긴 다리를 조망할 수 있다. 다리를 배경으로 포토존에서 사진찍는 커플들이 많다.
팔영대교를 건너면 바로 고흥군 영남면이다. 팔영산 자연휴양림과 우주발사전망대, 서퍼들의 천국인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 등으로 유명한 곳.
이곳들에 앞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팔영대교에서 3km만 가면 오른편에 만나는 고흥 남포미술관이다.
![]() 고흥군 영남면 팔영로에 위치한 전남 1호 1종 사립미술관 고흥 남포미술관. |
![]() 여수에서 고흥을 잇는 연륙교 4개를 지나는 길. 점점이 떠 있는 섬, 푸른 남해 바다의 비경에 눈호강 톡톡히 하게 된다. |
시골 미술관이라는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자. 정문을 들어서면 옛 학교의 운동장 일대에 펼쳐진 정원에 감탄사를 아낄 수가 없다. 방문한 날엔 정원에 만개했던 수국이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던 때였다. 연꽃과 소철나무에 핀 꽃이 수국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미술관이지만 땀과 애정이 흠뻑 배인 정원은 그야말로 명품이다. 곽 관장의 손때가 타지 않은 곳이 없다. 정자와 연못, 데크 산책로, 쉼터가 조성돼 있고 89종 수목류와 167종의 초화류가 계절별로 자태를 뽐낸다.
![]() 남포미술관 별관 앞 정원. |
전시실에서는 현재 순천 출신 중견 한국화가 장안순 초대전 ‘소리를 보다’가 진행 중이다.
순천만의 갈대·바람·빛과 소리를 담아낸 대형 작품 30여 점을 레드, 블루, 먹색 각각의 톤으로 1~4 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옛 학교를 리모델링한 곳 답게 복도에도 걸려있는 작품이 아늑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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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금도 전망공원에서 바라보이는 팔영대교 모습. |
2006년 ‘남도 문인화의 흐름을 찾아서’전에는 학포 양팽손, 소치 허유, 미산 허형, 의재 허백련, 근원 구철우 등 작고작가의 작품에서부터 강행원, 구지회, 민병희, 박문수, 박행보, 이상태, 한상운 등 현존 작가의 작품까지 남도 문인화의 흐름과 전망,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로 인상 깊었다.
2007년에는 민화특별전 ‘옛 사람들 그 삶의 흔적을 보다’로 반향을 일으켰고,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5년 마련한 특별기획전 ‘과거 속에서 미래를 보다’는 6,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
3년간 노력 끝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한 23점의 작품은 서양화단의 태동과 형성, 성장과정을 조명하는 의미있는 전시로 기록됐다. 김홍식, 오지호, 김환기에서부터 강용운, 김보현, 배동신, 양수아, 양인옥, 임직순, 오승윤, 손상기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남포미술관은 여수~고흥간 연륙교 개통 이후 외지 방문객들의 발길이 더욱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지만 하반기 전시 일정과 공연 등 계획을 착실히 수립하고 있다.
그동안 정성을 다해 미술관을 일궈온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은 “미술관 운영하랴, 정원 가꾸랴 열심히 뛰어왔지만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많다. 노후화된 건물도 손 봐야 하고 미술관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도 과제다”며 “미술관과 함께 한 15년간 삶의 이정표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