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적십자병원.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 기념전시가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
두개의 코스는 모두 대표적인 5·18사적지를 포함하고 있다. ‘메모리얼 투어’는 작품 ‘나는 광주에 없었다’에서 함축적으로 표현됐던 장소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투어 코스중 하나인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전일빌딩245에서는 5월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다. KTX와 숙박이 포함된 1박2일 코스로 가격도 저렴해 수도권 지역에서 반응이 좋다. ‘소년의 길’은 책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주요 장소, 전남대, 5·18민주광장, 옛 적십자병원 등을 둘러보게 돼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 옛 적십자병원 야외마당에 있는 관객참여형 기념비. 십자조각에 5·18에 대한 기억, 자신이 바라는 옛 적십자병원의 미래 등을 적어 기념비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다. |
![]() 전일빌딩245에 남아있는 헬기사격 탄흔자국. |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선보인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치열했던 10일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1980년 격정적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관객들이 45년 전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시민군이 되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80년 5월의 광주를 재현한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시민군으로 참여하며 그날의 현장을 극적으로 경험하는 시간, 그리고 이어지는 투어는 자신이 시민군이 돼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던 진짜 장소를 가보는 시간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메모리얼 투어는 ‘나는 광주에 없었다’ 공연 관람을 비롯해 국립5·18민주묘지, 5·18자유공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245,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투어 일정이 포함돼 있다. 서울-광주 왕복 KTX티켓, 숙박, 식비, 공연티켓, 광주 가이드 투어가 포함된 ‘메모리얼 투어’ 가격은 12만5,000원으로, 15~16일(1회)과 17~18일(2회) 총 2회 진행된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시간대별로 구성한 ‘항쟁’,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물과 희생자 유품 등을 다룬 ‘기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세계 각국의 인권기록유산을 전시한 ‘유산’, 80년 당시 카톨릭센터의 역할과 활동을 전시한 ‘진실의 눈’ 등 주제별 섹션으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기록관에는 주먹밥을 만들던 양푼부터 당시 검열을 받았던 지역신문, 각종 서류 등이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예술작품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성담 작가의 ‘횃불행진’, 이이남 작가의 ‘다시 태어나는 오월’, 이상호 작가의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 등은 80년 5월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전 ‘소년이 온다’가 열리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과 그 정신을 문학과 기록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3개의 본 전시, 에필로그로 구성돼 소설 속 감정의 서사를 따라 전개된다. 진압봉, 방탄모, 일기, 시청각 자료, 수습학생시민 어깨띠, 김송덕일기, 김영택 취재수첩, 광주시민은 통곡하고 있다 등의 성명서를 비롯한 기록물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 ‘오늘, 소년이 온다’는 관람객이 직접 문장을 필사하며 전시의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 전일빌딩245에서 열리고 있는 ‘증인:국경을 넘어’ 전시. 80년 5월을 지켜보고 진상규명에 노력했던 외국인 조력자 3인의 행적을 보여준다. |
9층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 ‘증인:국경을 넘어’는 80년 5월 광주를 지켜보고 진상을 알리려 노력했던 외국인 조력자 3인의 행적을 보여준다.
헬기 사격을 목격하고 시민군이 돼 도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외신기자 통역을 했던 데이비드 돌린저, 광주항쟁 사진과 기록을 남겨 ‘5·18광주사태’라는 책을 출간해 헬기 가격을 증언한 아놀드 피터슨, 부모님 곁에서 5·18을 경험하며 다락방에 광주 청년들을 숨겨주었던 제니퍼 헌들리의 생생한 기록과 증언을 살펴볼 수 있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5·18당시 신문 자료. 검열로 인해 삭제된 부분을 보여준다. |
‘소년의 길’ 은 소설 ‘소년이 온다’가 담고 있는 장소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광주의 참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소년이 걸었던 길(2.1㎞)과 작가가 걸었던 길(1.8㎞) 등 두 주제별로 주요 장소들을 엮어 한 여행길을 만들었다.
소년이 걸었던 길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광주YMCA~옛광주적십자병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상무관, 옛전남도청,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 등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걸었던 길은 골목길 문화사랑방(가칭), 효동초등학교, 중흥도서관, 전남대학교 등으로 이어진다.
중흥도서관에서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가 기증한 ‘소년이 온다’ 책과 한강 작가의 도서 등을 전시한다. 한강 작가의 모교인 효동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건반 모양으로 한강 작가의 책 표지를 전시한 조형물을 선보인다.
평소 외부에서 건물만 볼 수 있었던 옛 적십자병원은 오는 31일까지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개방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안전문제로 인해 1층 일부 공간과 내부 마당만 공개된다. 응급실 쪽에는 80년 5월 당시 적십자병원 간호사 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중이고 중앙 입구 쪽에는 당시 헌혈을 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내부 마당에서는 십자조각에 5·18에 대한 기억, 자신이 바라는 옛 적십자병원의 미래 등을 적어 기념비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다.
광주시는 ‘소년의 길’ 속 소설 ‘소년이 온다’와 관련한 주요 장소들을 직접 걷고 탐방하며 오월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인문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7일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 두 차례 운영한다. 프로그램 소요 시간은 약 90분이다. 참여 비용은 무료로, 전일빌딩245사업단에 전화(062-233-0245, 613-2492) 문의하거나 현장 접수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글·사진=최진화 기자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서사와 함께 각종 기록물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