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쓰다 도키코 작가(왼쪽)와 문병란 시인 |
1945년 일본은 중국인 포로 수백명을 아키타현의 광산 하나오카에 강제연행해 수로변경 및 댐 공사에 투입시켰는데 이중 419명이 학대를 못이겨 탈출하다 집단 학살된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하나오카 사건’이다. 그리고 하나오카 사건의 발단이 된 ‘나나쓰다테 사건’에는 생매장된 조선인 노동자가 있었다. 1944년 일본은 안전조치 없이 하나오카 광산에서 채굴작업을 했고 결국 갱도 위를 흐르던 하나오카 강의 밑바닥이 허물어져 당시 갱내에 있던 조선인 11명과 일본인 11명이 생매장됐다. 생존자가 있음을 알았지만 당시 일본은 이들을 구하지 않고 매몰을 결정했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의 저서 ‘땅밑의 사람들’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 마쓰다 도키코는 하나오카 사건과 나나쓰다테 사건의 한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의 진상규명에 매진했다.
아키타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하나오카 사건을 접하고 1951년 제작된 목판화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을 구매, 지난 2001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은 일본이 강제연행한 조선인과 중국인 강제 징용·희생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다.
하정웅 컬렉션 ‘하나오카 이야기’를 소장한 광주시립미술관이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 규명에 앞장서온 작가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다루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제국주의 시대 조선인에 대한 차별대우와 강제징용, 학살 등을 세상에 알리며 일본에서 민주·인권·평화를 위해 살아온 마쓰다 도키코와 광주의 오월정신에서 접점을 찾았다. 역사적 사건을 미술과 문학으로 연결해 재조명하는 학술행사로 오는 18일 오후 2시 하정웅미술관 1층 1전시실에서 열린다.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 55. 잊지 마라 |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다카하시 히데하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의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저항의 생애’에 대한 기조강연 진행 후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회 대표가 ‘나나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한다. 이어서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이 ‘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에 대해 발표한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비교 분석하며 한·일 양국 문학인의 저항정신을 되짚을 예정이다. 올해는 문병란 시인의 서거 10주기가 되는 해로 문 시인은 생전에 마쓰다 도키코의 연구물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 추천 서문을 집필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와 문병란 시인이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으로 독재 권력에 맞서 문필활동을 한 공통점에 주목해 두 사람의 저항정신을 비교해서 논할 예정이다.
특별히 이번 학술심포지엄을 기념해 17일과 18일 양일 동안 하정웅컬렉션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도 전시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 명예관장이 작품을 기증하며 당부했던 수장고 마련, 연구활동 강화, 학예연구사 증원 가운데 연구활동 강화 측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아시아 민중들이 겪은 아픔과 그 저항의 역사를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면서 “하정웅 명예관장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학술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심포지엄 일본 참가자들은 19일 마쓰다 도키코 책 서문을 쓰며 하나오카 사건 규명에 힘을 보탠 문병란 시인 묘소를 찾아 문 시인의 저항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