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재 윤두서 ‘자화상’ |
올해 네번째 전시를 여는 수묵비엔날레는 앞선 세 차례의 전시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확장된 수묵의 세계를 보여준다. 수묵의 정의부터 시작해 어떻게 확산됐는지, 전 세계 300개 비엔날레중 사실상 거의 유일하다 볼 수 있는 국제수묵비엔날레로서의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다. 함께하는 작가는 모두 처음 참여하는 작가들이며 작고한 작가들을 제외하면 국내외 작가들의 비율을 맞췄다. ‘이 작품도 수묵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는 깜짝 놀랄만한 작품도 전시돼 보다 확장된 수묵의 세계를 펼쳐보일 예정이다.
![]() 윤재갑 감독 |
● 전통의 혁신과 재료의 확장
윤재갑 총감독은 최근 D-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의 혁신과 재료의 확장을 내세웠다.
윤 감독은 “수묵은 물에 잘 녹는 안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도구와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일치, 즉 시·서·화가 일치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올해는 전통의 혁신과 재료의 확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수묵의 정신을 보여주면서도, 21세기를 거쳐 재료와 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수묵이 어떻게 혁신하고 확산됐는지를 짚어보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전세계에 300개 비엔날레가 있고 한국에만 9개의 비엔날레가 있다. 이중 수묵비엔날레는 중국 심천과 전남 2개인데, 심천은 국가 성향으로 인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남수묵비엔날레는 국제상황을 가미한 유일한 수묵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광주비엔날레는 서구 미학을, 전남수묵비엔날레는 동양적 사유를 확장한 것”이라며 “우리 시각에서 세계의 미학을 논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묵비엔날레의 주제 ‘문명의 이웃들’은 황해를 둘러싼 동아시아 해양 문명권을 조명해 한국과 아시아, 세계를 잇는 문화플랫폼의 토대를 만든다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전통적인 대륙 중심의 문명 서사를 넘어, 바다를 매개로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은 다양한 지역 문명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시다. 수묵이 해양적 연결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됐는지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참여작가는 20개국 82명이다. 국내 49명(작고 17명, 생존 32명), 해외 33명으로 젊은 작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광주 출신인 윤준영 작가를 비롯해 95년생 문주혜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디지털아트 그룹 팀랩(TeamLab)과 이란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파라스투 포로우하르 작가는 수묵을 평면에서 3차원 공간으로 옮긴 예술을 보여줄 예정이다.
![]() 팀랩 ‘Black Wave’ |
수묵비엔날레는 해남에서 시작해 진도와 목포로 이어진다. 전시장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목포실내체육관, 진도남도전통미술관과 진도소전미술관, 해남고산윤선도박물관과 해남땅끝순례문학관이다.
해남은 뿌리의 재발견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대표 화가인 공재 윤두서가 활동했던 지역인 해남은 수묵화의 조형성과 사유적 전통이 시작된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회화와 그 시대적 배경을 해설하는 시각 자료를 통해 관람객이 전통 수묵의 조형 언어와 미학적 특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진도는 줄기의 생성 및 확장을 보여준다. 문자 예술과 수묵의 만남에서는 추가 김정희의 ‘세한도’와 석파 이하응의 ‘묵란도’등이 전시된다. 문자의 조형성과 필획의 감각을 수묵의 시각 예술로 확장한 서예중심 전시다.
목포에서는 수묵의 세계화를 보여준다. 수묵의 현대적 해석과 실험을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전통 회화에서부터 미디어,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동시대 수묵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시가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팀랩의 몰입형 미디어 작업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환경을 조성해 전통 수묵이 표현해온 자연의 유동성과 비정태성을 시각화, ‘움직이는 수묵’을 제안한다.
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윤재갑 감독님의 구상에 따라 이전보다 구체적인 수묵의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미술계도 조명을 받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