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 하나된 마당창극 “재미지게 잘 놀았다”
전시공연

객석과 하나된 마당창극 “재미지게 잘 놀았다”

광주시립창극단 ‘열어볼 결심’ 리뷰

광주시립창극단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 출연진이 지난 23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공연후 관객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광주시립창극단의 첫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이 지난 23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개됐다.

마당창극은 1970년대 이후 형성된 공연의 한 유형으로 무대 출연진들이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며 전통 창극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무대. ‘열어볼 결심’은 판소리 다섯바탕 주인공, 춘향, 심청, 학규, 토씨, 끝동의 새로운 삶을 재치있게 표현하면서 그들의 내적 욕망,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들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한마당으로 펼쳐졌다.

눈을 뜬 학규는 시니어 인생 강의 일타강사, 춘향은 연예기획사 대표가 됐다. 심청은 패션비즈니스 대표가 됐고 토씨는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흥보의 막내아들 끝동은 그 많은 재산을 다 탕진한 상태. 이들이 흥보의 초대장을 받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고, 신나는 비트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흥겹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때 끝동과 명월이 관객 사이에서 등장하며 집중도를 높였다.

춘향, 심청, 학규, 토씨, 끝동은 좋았던 시절을 잊고 서로를 의심하고 시기하고 질투했다. 흥보의 초대장을 받은 만큼 흥보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남겼으리라 기대했고 서로 차지하려 욕심을 냈다. 훙보의 법률대리인 제갈량이 등장해 흥보가 남긴 상자를 건네자 춘향, 심청, 학규, 토씨, 끝동은 흥보가 남긴 재산으로 팔자를 다시 한번 고쳐보리라는 욕심을 낸다. 서로 먼저 차지하는 것이 임자라는 생각, ‘너 죽고 나 살자’는 심보에 소동이 벌어진다.

소동 끝에 열게 된 상자 속 흥보의 선물은 박씨가 아닌 매화씨였고 모두들 실망한다. 풀이 죽은 끝동에게 명월이 다가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돈이 없어도 된다는 명월의 말에 끝동은 깨닫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고 진짜 흥보가 남긴 선물은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사랑이었다고. 그리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며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러 가고 무대엔 한 상이 펼쳐져 모두가 함께 음식을 나눈다. “오가는 것은 덕담이요 넘치나니 웃음이라 이제라도 깨달으니 어화둥둥 놀아보세~.”

80분간 펼쳐진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은 판소리 다섯마당 주인공의 30년후 이야기라는 스토리도 참신했고 메시지도 분명했다. 음악과 의상 등 볼거리도 풍성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어려운 예술이 아닌가 싶은 창극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시간도 됐다. 게다가 창극에 비보이라니, 제갈량이 등장할 때와 마지막 한상이 차려질 때 등장한 비보이의 무대는 신기하게도 이질감 없이 흥겨움을 선사했다. 각자도생의 현실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움과 사랑을 되살리는 무대, 전통의 소리에 현대의 비트까지 어우러지면서 누구에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대가 됐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이 열린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374석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이들의 원성도 자자했다는 후문이다. 한 번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무대인데 다행히 올 연말 송년의 밤 행사에 앙코르 공연이, 그리고 내년 순회공연이 계획 중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마당창극을 보고 나니 정극 판소리는 어떨까 궁금해졌다고. 광주시립창극단의 ‘열어볼 결심’이 창극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 연말 공연이나 내년 순회공연이 열리면 꼭 관람을 권하고 싶다. 기존 창극 팬과 새롭게 창극을 접하는 이들 모두 만족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최진화 기자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