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가 대부분 남방문화권 출신
대륙의 장구한 역사에서 무산자로서 한나라·명나라·공산주의국가를 세운 한고조 유방, 모택동이 모두 양자강 일대의 남방 문화권 출신이다.
신선술을 다룬 '포박자'의 저자 갈홍, 시문혁신론을 주장한 구양수, 강서파의 시조 황정견, 유가철학의 완성자 주희, 주관적 유심론을 주장한 육왕학의 육상산과 왕양명, 유교적 권위를 거부하고 자아중심의 혁신사상을 편 이탁오, 봉건적 압제를 비판한 극작가 탕현조, 군주독재체제를 비판한 황종희, 중국 국민성 개조를 위한 문학을 지향했던 노신, 낭만주의 문학 운동과 고대사상 연구에 매진한 곽말약과 같은 인물들이 모두 남방문화권 출신이다.
북송 때 신법 개혁에 나섰던 왕안석, 영국으로부터 밀수된 아편을 모조리 몰수해 불질렀던 임칙서와 같은 과단성 있는 정치인들의 고향도 남방문화권이다.
중국의 근대화와 공산주의 체제 확립에 주요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면면 역시 남방문화권 일색이다. 태평천국의 창시자 홍수전, 광서제 때 무술변법 개혁을 주도한 강유위와 그의 제자로 변법자강운동을 벌인 양계초, 반청·반군주·반공자를 기치로 봉건시대 유산 타파와 변법자강운동에 나선 담사동, 신해혁명을 일으킨 중국의 국부 손문과 같은 이들이 남방문화권 출신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모택동, 모택동을 도와 신중국 건설에 공헌한 주덕과 주은래, 한 때 중국군 원수를 지내다 모택동과 대립했던 팽덕회, 모택동 다음 가는 이론가로 10년 가까이 국가 주석을 지내다 문화대혁명으로 실각한 류소기, 한때 모택동의 후계자로 지명받았다 모택동과 대립관계로 돌아선 후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를 한 임표, 그리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1966년 문화대혁명 때 주자파로 몰렸다 모택동 사후 다시 복권되어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작은 거인 등소평 모두 양자강 일대의 남방문화권 출신이다.
결국 중국의 역사·사상·문화는 북방의 황하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역사·사상·문화의 주요 변곡점 마련은 남방의 양자강이 떠맡아 왔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변곡점은 새로움을 지향한다. 역사의 변곡점, 사상의 변곡점, 문화의 변곡점이 새로움을 지향한다면 그 출발은 바로 '사고의 유연함'과 '낙관주의'다. '사고의 유연함'은 다른 데서 나오지 않는다. 바로 '정신적 자유'에서 나온다. 경직된 사고, 습관적 사고, 위계적 사고는 있는 것을 지킬 뿐,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없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은 미지의 세계이다. 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면 먼저 미지의 세계가 현재의 익숙한 세계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낙관적'이어야 한다. '낙관적 사고'는 '낭만주의'와 궁합이 맞다.
남방문화, 역사 변곡점 영향 필연
도가와 '초사'와 신선이 유가와 '시경'과 성인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새로운 사상을 낳고,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는데 더 적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가의 노자와, '초사'의 굴원과, 신선인 이백을 낳은 남방문화가 중국의 역사·사상·문화 전개에서 주요 역할을 해 온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오래된 책들', 도가의 '도덕경'과 굴원의 '이소'와 이백의 '월하독작'은 생명 없는 존재가 아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까지 대륙을 움직여왔고 또 앞으로도 여전히 역사·사상·문학의 추동력으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책이, '오래된 책'이 사람을 낳고, 그 사람이 역사·사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진리이다. 그리고 사실이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