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의 사실주의, 두보와 친근
굴원(BC343?-BC278?)은 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귀족 출신으로 정치적 모함을 받아 강남땅을 떠돌다 멱라수에 투신해 삶을 마친 비극적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근심을 만나다(이소離騷)' 중 일부다.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말할 수도 없으니
누가 나의 마음속을 일러 살펴 주리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무리 짓길 좋아하니
누가 외로운 내 말에 귀 기울일 것인가.
- 중략 -
아서라
나라엔 사람 없고 나 알아줄 일 없는데
어찌 고향을 그리워하리오
이제 더불어 좋은 정치 할 수 없다면
내 차라리 팽함을 쫓아 삶을 끝낼 것이니.
정치에 대한 회한, 망국으로 달리는 초나라에 대한 안타까움, 자신의 삶에 대한 비탄이 처연한 낭만적 분위기에 녹아들어 그 느낌이 오늘날까지 절절하다.
'시경'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으로 북방문학의 출발이자 중국 대륙 문학의 출발이기도 하다. '시경'은 주왕조(BC1046-BC221) 전기에 15개 제후국의 민가·민요인 풍(風) 160편, 궁정에서 쓰는 음악인 아(雅) 105편, 그리고 제사 등에서 쓰는 음악인 송(頌) 40편 등 305편의 시가를 담고 있다.
풍은 평민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현실에 바탕하고 있고, 아는 궁정에서 쓰이는 음악으로 주로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하고, 송은 제사음악인만큼 선조나 자연 또는 귀신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시경은 대체로 현실소재를 다루고 있어 그 성격이 일반적으로 소박하고 사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경의 현실에 바탕한 사실주의는 두보의 인간으로서의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와 친근성이 있고, 굴원의 처연한 낭만적 분위기는 이백의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는 초월적 낭만주의와 닮았다.
굴원, 이백의 낭만주의와 닮아
남방문화의 굴원(BC343?-BC278?)과 이백(701-762) 사이에는 위진남북조 시대 최고 시인으로 평가받는 도연명(365-427)이 있다. 도연명은 양자강 남쪽의 강서성 출신이다. 대부분의 삶을 벼슬을 떠나 살며 기교나 전거(典據)에 의존하지 않는 평범한 시를 즐겨 쓴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나 돌아가리(歸去來辭)' 중 일부다.
술병과 잔을 끌어 홀로 술 따르고
뜰 나뭇가지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짓네
남쪽 창에 기대어 마음껏 기지개 펴니
비좁은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네
- 중략 -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길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도 지어본다
잠시 자연을 따르다 무로 돌아갈 것이니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따뜻한 정서 속에서 시선 이백이 추구했던 그 '정신의 자유'가 도연명에서 넘쳐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