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라도 천년사’에 숨은 조선총독부의 망령
특별기고

<특별기고>‘전라도 천년사’에 숨은 조선총독부의 망령

박형준 위원장
<특별기고>‘전라도 천년사’에 숨은 조선총독부의 망령
박형준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도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필자는 역사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반인이다. 전라도를 왜인의 식민지로 묘사한 ‘전라도천년사’문제가 발생해서 지금은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전라도 500만도민연대’의 상임집행위원장까지 맡게 되었다.

활동 과정에서 ‘전라도 천년사’를 옹호하는 학자들과 비판하는 학자들을 모두 만나보니 양쪽의 학자들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전라도 천년사’를 비판하는 학자들은 구체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삼국사기’를 비롯한 우리 선조들이 남긴 기록의 내용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반면 ‘전라도 천년사’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상대방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이번에도 역시 이근우 교수가 쓴 글에는 ‘전라도 천년사’를 비판하는 사람을 ‘역사 초보’라고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으로 그 일관성을 유지했다.

‘무조건 따르라’는 편찬위원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들의 주장도 한마디로 하면 ‘자신들은 수십 년간 연구한 학자이니 무조건 자신들을 따르라’는 것뿐이다. 역사학이 핵물리학인가, 우주과학인가? 왜 이해 되게 설명하지 못하고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수준이 낮은 것으로 비하하면서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우기나? 총설 몇 쪽에서 보인 “지방”을 “자방”으로 쓰는 등 띄어쓰기와 오탈자가 무려 200회 이상이니 무엇이 전문가인지 정신이 혼란스럽다.

필자가 놀란 것은 소위 역사학자라는 사람들이 사료를 깡그리 무시한다는 점이다. MBC 시사온에서 ‘전라도 천년사’ 문제로 토론했을 때다. 이덕일 소장이 ‘삼국사기’에는 마한이 백제 온조왕 때인 서기 9년에 망했다고 나오는데, ‘전라도 천년사’에는 530년까지 마한이 있었다고 썼는데 어떤 사료에 그렇게 나오냐고 물었다. 평생 ‘삼국사기’를 연구했다는 이강래 명예교수는 ‘삼국사기’는 믿을 수 없다면서 ‘학자들끼리 그렇게 합의했다’고 답변했다. 바로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이 그렇게 합의했다’는 것이 역사학인가?

우리가 문제 제기하는 핵심은 왜 전라도를 왜인들이 지배했다고 써놨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이근우는 “왜인들이 한반도에 있었던 것 자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도 왜관이 있었고…그들의 무덤이 부산 수정동 일대에 있었고…” 운운하면서 반박했다. 얼핏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이는 궤변이다. 조선시대 왜관은 조선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었다. 거주 왜인들의 숫자는 물론 무역량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무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조선 왜관의 왜인들이 왕릉급 무덤을 짓는다면 조선 조정에서 용인했겠는가? 전혀 다른 사례로 논점을 흐리게 하지만 그 결론은 항상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했다’는 것으로 확정 짓는 공통점이다.

저들은 ‘일본서기’를 인용하면 식민사학이냐? 라고 항변하면서, 우리가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은 일본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 광분해서 비난한다. 그러면서 ‘전라도 천년사’에 기문이 남원, 반파가 장수, 대사가 하동, 침미다례가 해남, 임나 4현이 여수 순천 광양이라고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들을 덮어놓고 전라도에 갖다 놨다. 우리가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순간 독도는 일본 것이 되는 것처럼 ‘일본서기’의 지명들은 전라도에 위치를 지정하는 순간 전라도는 왜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전라도에 있는 고분들을 ‘왜계 고분’이 아니라 ‘백제계 고분’이라고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큐슈를 비롯하여 야마토왜의 수도였던 나라에도 이런 고분은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은데 모두 백제계 고분이다. 그런데 굳이 ‘백제’를 지우고 그 자리를 ‘왜’로 대체하려다 보니 많은 무리수가 따르는 것이다.

백제 지우고 ‘왜’로 대체 무리수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것이 식민사학이듯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들을 일본 열도에서 찾지 않고 전라도를 비롯한 한반도 남부에서 찾는 것은 식민사학이 맞다. 이런 ‘전라도 천년사’는 폐기가 답이다. 동학농민혁명의 고장, 의병의 고장을 왜의 식민지로 만들어 놓은 ‘전라도 천년사’를 도비로 간행한다면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을 물론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자행하는 것이다.

조선의 모든 것을 부정했던 그때 치욕스러운 대일항쟁기 시절 창씨개명과 조선어 폐지, 조선인 남녀 전쟁 참여를 위해 강연회도 열고 언론을 통한 선동으로 일삼았던 그들, 과학적 측량 기술로 정확한 땅임자를 찾아주겠다며 실시 한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어마어마한 민중의 땅을 가로챈 그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옳으니 시·도민은 잠자코 있으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교차 검증, 비판적 분석을 이용했다면서 교묘하게 왜인들의 지배 하에 놓이게 하려는 일련의 활동들이 조선총독부 시절의 그때 그 망령이 대한민국 땅에서 부활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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