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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일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국립광주박물관은 고민이 있습니다. 박물관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아이와 어른들이 즐겁게 노니는데, 왜 청춘남녀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멋진 전시와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요.
2개의 상설전시실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광주·전남에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 두었습니다. 신창동의 마한 마을이나 충효동의 조선시대 가마터 등에서 출토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빼곡하죠. 또 소치 허련이나 의재 허백련 화백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서화도 국립광주박물관의 자랑입니다.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특별전은 언제나 흥미롭고요. 연말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형 청자 특별전이 광주박물관을 찾아옵니다.
이뿐인가요? 정원에서 때맞춰 피는 홍매, 백매, 동백꽃, 벚꽃, 자두꽃, 목련, 철쭉, 백일홍, 태산목, 수국, 은목서 등 수많은 꽃과 나무도 박물관의 매력입니다. 박물관은 따뜻해서 광주에서 가장 꽃이 빨리 피는 곳이랍니다. 이 말은 곧 SNS, 요즘 대세인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사진 건지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죠. 그래서겠죠, 졸사(졸업사진) 맛집으로 소문났습니다. 도시락을 싸와서 정자에 앉아 느긋하게 데이트하는 것도 좋겠죠?
더불어 설날, 어린이날, 추석 등에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도 있어요. 지난 설날에는 복주머니 미션 이벤트, 나전칠기 키링·다식만들기 체험이 열렸고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날 미션’, ‘찾아라! 박물관 속 청이, 달이, 쭉이’, ‘달항아리 마카롱 만들기 등 총 3가지 행사와 함께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책 읽는 마법사’ 특별공연도 열렸답니다. 오는 10월 추석에도 문화행사가 예정돼 있어요.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두가 무료라는 점입니다.
 청자여인상.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도자문화관은 지상 2층 규모의 건물로, 3개의 상설전시실(한국도자, 신안해저도자, 디지털 아트존)과 카페 등으로 구성됩니다. 한국도자실에서는 강진 고려청자, 광주 충효동 분청사기 등 도자기의 제작과 유통, 소비의 과정은 물론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로 한국 도자기 천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강진에는 고려시대에 왕실로 납품하던 최고급 청자를 생산했던 가마가, 광주에는 고려청자가 분청사기와 백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가마가 여럿 조사되었습니다. 신안해저도자실에는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한 원나라 무역선에 실려있었던 2만 4,000여 점의 다양한 도자기 중 엄선한 도자기를 예쁘게, 아주 예쁘게 전시할 겁니다.
또 디지털 아트존에서는 폭 60m의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에 도자기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주제로 한 고해상도 실감 영상을 입체적인 음향과 함께 감상할 수 있죠. 광주·전남 일대에서는 최대 크기로 국립중앙박물관 실감영상실과 비슷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어마어마하다는 얘기죠.
매번 계속되는 영화관 데이트가 지겨우신가요?
이럴 땐 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디지털 아트존에서 실감 영상 한 편 감상하시죠.
매번 비슷한 풍경의 카페 데이트가 지겨우신가요?
이럴 땐 도자문화관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와 함께 고풍스럽고도 감성 터지는 문화유산을 한번 느껴볼까요? 왠지 퓨전 국악이 들릴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우리도 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NCT 같은 K팝 아이돌 그룹 좋아합니다. 물론 잔나비도요. 장담하건대 무척 새로운 즐거움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냥 이유 없이 반짝반짝하고 싶으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도자문화관이 있습니다. 도자문화관에는 집에 업어가고 싶은 반짝반짝하고 영롱하고 똘망똘망하고 매력적인 도자기가 가득하답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청춘남녀들이 반드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 될 겁니다. 물론 마음이 청춘인 분들도 대환영입니다. 혹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언제든지 들려주세요. 귀 기울이겠습니다.
국립광주박물관의 장래 희망은 광주를 대표하는 데이트 맛집이 되는 것입니다.
어서 오세요.
 청자 구룡형 주전자(보물).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