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원예농협 조합장 사퇴공방 ‘조합원이 멍든다’
기획

광주원예농협 조합장 사퇴공방 ‘조합원이 멍든다’

방원혁조합장 조합비 횡령, 현재 직무정지상태
노조에 조합원까지 가세하며 임원들 해임안 제출
2차로 추가고발...재임기간 비리 전수조사도 요구

집회 당시
[전남매일=광주]박종수 기자= “조합장 사퇴하라” 3,000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광주원예농협이 조합장사퇴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이 한창이다. 더욱이 내년 3월 조합장선거를 둘러싸고 공방이 가열되면서 조합의 위상추락은 물론 애꿎은 조합원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협동조합지부 광주원예농협분회(이하 원협 노조)가 방원혁 조합장이 조합비를 횡령하고 조합장 차량 기사를 강제 노역 시켰다며 조합장 사퇴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조합원들은 광주시 북구 각하동 광주원예농협농산물공판장 입구에 플래카드를 걸고 조합장 사퇴 구호를 외치며 연일 집회를 열어왔다. 노조는 지난 4월 30일 기자회견 이후 5월 중순께 방 조합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5월 25일부터 4개월여간 업무에 들어가기 전인 오전 7시 30분부터 약 20분 동안 원예농협 공판장 주위를 행진하는 시위를 87차례나 진행,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노조는 최근에는 노조선거와 관련 시위는 중단한 채 성명서 발표와 비리를 추가로 밝혀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장의 조합비횡령을 둘러싸고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자 조합원들도 가세했다. 조합원들은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 강력대응에 나섰다. 청산위는 최근 임시대의원회의를 소집해서 11명의 임원 해임안을 제출했으나 대의원회의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활동이 주춤한 상태다.

현재 방원혁조합장은 조합비횡령과 관련, 지난 8월6일부터 6개월간 직무정지상태로 광주원협은 조합장 부재상황에서 의혹이 부풀려지며 조합의 경영에도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박희권 사무국장은 “방원혁 조합장의 비리는 이미 농협중앙회감사에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지만 현재 알려진 사실 말고도 앞으로 드러날 금액이 훨씬 많다”면서 “조합장업무를 9년째 지속해오면서 저질러온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 원협이 바로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도높게 조합장을 비판했다.



재해복구비와 쾌유비 등 670만원 횡령 인정

사건이 드러난 것은 조합직원의 내부고발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합장이 감사를 받은 사실을 노조에 귀뜸을 해주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된 것이다. 조합장이 재임기간 조합을 일방적으로 운영해온 것에 가뜩이나 불만이 많았던 노조측에서 반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공세를 취한 것이다. 방원혁 조합장은 횡령과 착복으로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원협 노조는 “방 조합장이 지난 4월 농협중앙회 감사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합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재해복구비와 쾌유비 등 670만원을 횡령했다”면서 “농협 자체 감사 결과 조합원에게 지급되어야 할 보답품을 임기 기간 동안 사적으로 유용하고 각종 불미스런 의혹도 있어 큰 문제가 앞으로도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방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검사국에서 감사를 받은 뒤 조합에 670만원을 반환을 했다. 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재해복구비나 쾌유비는 조합원들이 재해로 피해를 입거나 병원에 입원 할 경우 조합장이 피해당사자를 찾아 위로금을 전달하는데 조합장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조합원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원협분회는 조합장이 이같은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재해를 당했던 조합원들에게 전화해서 정상적으로 수령했다고 영수증을 써달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며 해당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한다.

노조가 주장하는 조합장의 비리는 비단 이것 뿐이 아니다. 노조는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지급할 감귤을 광주원예농협 공판장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제주도까지 직접 출장을 가서 3,000여 박스를 구입, 조합비를 엉뚱한 것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분회는 해마다 추석과 설 명절에 조합원들에게 과일을 선물해오고 있는데 이들 과일은 원협이 운영하는 광주공판장에서 구매해 온 것이 전례였다. 분회는 조합장이 조합원에 당연히 지급해야할 보답품을 필름공장에 보관해 놓고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임의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답품의 경우 해마다 20-30만원대의 전자제품을 구입해서 조합원에게 전달하는데 구입과정에서 10%가량 이 추가되는데 조합장이 이를 사적용도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추가분의 1년치 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160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또 조합장이 자신의 휴가와 사적인 용무에 농협 1호차 운전기사를 근무하게하고 개인농장에서 일을 시킨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분회는 ▲조합장 개인이 횡령하고 착복한 내용이 담긴 해명글을 모든 조합원에게 발송한 우편물 비용은 조합장 사비로 처리할 것 ▲ 농협중앙회 감사는 농민조합원에게 지급할 보답품에 대한 지난 5년간의 의혹을 명확히 밝힐 것 ▲조합장 방원혁은 사고당사자로서 사건이 해소 될 때까지 농협업무의 결정 및 각종회의 소집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농협은 조합장 직무대행을 선정하여 농민조합원 중심의 공정한 사건처리를 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방원혁조합장 무대응 일관자세

분회가 조합장의 사퇴를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방 조합장은 직무정지상태이후 묵묵부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의 해명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보성의 농장에서 소일하고 있는 방 조합장은 내년 3월 조합장선거에도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분회와 쓸데없는 소모전을 펼쳐봐야 득이 될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제를 하고 있다는 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원협분회가 조합장사퇴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조합원중심의 ‘적폐청산위원회’도 원협분회와 행동을 같이할 움직임이어서 사퇴압박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청산위를 이끌고 있는 김기평 조합원(54)은 “수년 동안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이며 비양심적인 관행과 지역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조합의 행태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번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명하고 정의로운 조합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 조합원은 이번 사태의 해결은 방조합장이 지금까지 저질러온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조합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는 조합장뿐만 아니라 조합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사들도 막중한 책임이 있는 만큼 본인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광주원협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협분회도 최근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재임기간의 횡령이나 비리를 전수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가 또 분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밝혀낸 재해복구비와 쾌유비 735만원, 보답품과 관련 4,800만원등을 방조합장이 임의대로 사용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분회측에 따르면 2차고발내용은 현재 북부경찰서로 사건이 병합되서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권 국장은 “원협임원들이 제식구감싸기에 나서면서 파렴치한 행위를 감추려는데 급급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이번 사태를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뒤집어 씌우고 있어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원협의 조합장사퇴파문은 비단 원협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원협이나 단위농협들이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사익을 채우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적폐들을 청산해야 바로선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장사퇴를 요구하는 분회나 청산위원회 모두 한결같은 바람이 있다. 원협이 바로서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나서야한다. 그래야 사태가 해결된다./박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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