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에서 일광욕하는 관광객들. |
그렇다면 칸, 또는 일명 칸느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왜 사람들은 칸의 매력에 푹 빠지는가? 칸국제영화제가 있어서인가? 베를린, 베네치아와 더불어 세계3대 국제영화제인 칸영화제가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현대와 같은 종합예술시대에 젊은이들 모두가 은막의 스타를 꿈꾸고 있어서일까?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직전 여행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수도 파리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외딴 지역인데도 왜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칸으로 몰려들고 있을까?
영화를 좋아하던 청소년시절부터 자연스레 관심을 가져온 탓에 짙은 호기심을 갖고 칸의 동쪽 외곽으로부터 자동차로 도시에 입성했다. 도시의 거리거리마다 그 풍경과 그 곳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눈여겨보며 도시의 정경을 감상했고 그 속살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 이유는 그 곳이 왜 그렇게 세계인의 로망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지 스스로 캐묻고 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유럽의 대표적인 남부 휴양지로 유명한 칸은 겨울철에도 온화한 바다 덕에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뜨거운 계절에도 따가운 태양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은 그치지 않는다. 이 곳의 비치는 니스의 거친 자갈투성이 비치와 달리 고운 모래로 잘 정비되어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장미꽃이 피기 시작하는 화려한 5월에는 12일간 전세계의 영화인들이 칸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 곳으로 모여드니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들로 인해 관광객까지 이 도시에 넘쳐나게 된다.
필자가 도착한 7월에는 70회 영화제가 끝난 계절이었지만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홀 주변은 아직도 영화제의 잔영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프랑스 여행 하면 아마 모두가 낭만과 예술의 도시인 화려한 파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칸이 아닐까 싶다.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은 어릴 적부터 여우의 화려한 드레스와 젠틀한 남우의 턱시도가 뿜어내는 우아함과 화려함에 스스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무지개빛 꿈을 꾸며 자라나는데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는 스카가 되는 꿈은 현대의 어린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지... 현대판 영웅이 바로 연예계의 아이돌이 아닌가.
세계적인 미술가인 샤갈과 마티스가 반해 여생을 보냈다는 칸은 남쪽 프랑스를 대표하는 휴양도시 니스와 함께 고트다쥐르 지방에 속해있다.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이 인근 니스에는 샤갈, 마티스 뿐만 아니라 마세나미술관이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즉, 전 세계 모든 여행객들에게 화려한 휴양지로 알려진 니스는 당일치기로 칸과 함께 관광할 수 있다. 따라서 파리에서 테제베로 접근하면 오전에는 칸 여행을 마치고 오후에는 니스로 떠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니스에서 아침부터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진입했으므로 서둘러 레드카펫이 펼쳐져 있는 칸영화제 건물을 찾아 가야 했다. 영화제의 열풍이 지나간 7월의 칸은 오후의 일상이 조용하고 나름 한가했다. 도시는 쾌적하고 조경과 건축이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다.
요즘은 지도 한 장 없이도 카 내비와 휴대전화 내비에 의존하여 도심으로 길을 잃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칸영화제의 현장은 어떻게 도시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한 가운데 근처에 이르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스타들의 쇼를 구경하기 위해 가보고자 하는 칸은 어떤 경관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제의 현장에 가까이 갈수록 영화제의 흔적이 드러나면서 흥분되기 시작했다.
레드카펫이 건물 입구 계단에 항상 깔려있는 영화제 건물은 바로 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카펫 계단에서 각국에서 몰려든 젊은 여성들이 온갖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려한 의상으로 레드카펫에 오른 탐방객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젊은 여성들이 왜 그리 인증샷에 열성인지, 그 곳에 선 그녀들이 왜 그리 행복해 보이는지 영화에 그 답이 있을 것같았다. 그런데 만약 바로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인간의 환희와 열락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간접적인 대리만족이라도 괜찮다. 모두가 다 무대에 오를 수는 없잖은가. 필자도 물론 인증샷을 찍었지만 계단에 오르지는 않았다. 그 앞에 서서 겸허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내가 그 현장에 와본 것으로도 좋았다. 필자에게는 영화제의 본산 앞에 서본 것만으로도 대단한 만족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주변의 경관도 모두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건물 바로 옆의 고운 모래의 해변에서는 그저 행복해 보이는 휴양객들의 적나라한 모습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인근의 관광안내소 주변에는 LA 할리우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칸을 찾았던 유명스타들의 수많은 핸드프린팅이 있다. 원래는 영화제 기간동안만 레드카펫을 깔았지만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해 항상 깔아 놓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모두 칸의 매력에 빠져서 계단에 스타인냥 오르면서 즐거운 체험으로 기뻐하지 않는가. 돈많은 관광객들을 노린 카지노도 칸의 매력이지만 훌륭한 관광정책이 아닐 수 없다.
/동신대 교수(호텔관광학과)
/동신대 교수(호텔관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