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4>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 성소 아시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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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4>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 성소 아시시-2

죄수들 처형장을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누오바성당 광장의 산프란체스코 성인 부모 동상.
아시시의 상징 산프란체스코 성당

2층엔 조토의 프레스코 연작 장식

단정한 복장 아니면 입장시 규제



가슴 설레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관광명소 아시시의 관광은 대부분 그렇듯이 도시 서쪽 언덕 끝에 자리 잡은 산프란체스코 성당부터 시작된다.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 곳이 교통시설과 주차시설이 갖추어진 초입이기도 하고 도시 내로 안내하는 성문이 있는 마을의 어귀에 해당하니 자연스럽게 관광코스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성당이 도시의 서쪽 끝이고 그 밖에는 더 이상 변두리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 구획이 특이했다. 어떻게 성당이 서쪽 끄트머리를 차지하고 그 너머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그대로 온존시키는지 서구인들의 도시계획 개념이 우리와 다른 점이 신기했다.

아시시의 상징인 이 성당은 프란체스코 성인을 위하여 44살을 살고 세상을 뜬 그의 사후 1228년에 공사에 들어갔다. 이 성당 부지는 당시에 죄수들의 처형장이서 ‘지옥의 언덕’이라고 했는데 이 곳을 프란체스코수도회에서 기부받아 처참하고 잔인한 역사를 바꾸었다.

값싼 피를 흘린 처형장이 가장 성스러운 성소가 되어 수많은 참배객이 몰려드니 이제는 ‘천국의 언덕’으로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평화를 주고 있다고 하겠지….

그래서인지 성탄절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 때 전시한 신앙 주제 관련 등신상 인형 군중이 성당 앞 광장에 여전히 전시되어 있었다.

이 성당은 복층 구조인데 입구쪽에서부터 기다란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광장 양편에는 높지 않은 열주가 늘어서 있어 건물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성당 1층은 프란체스코 성인의 무덤과 세례당이 있고 조토의 스승인 치마부에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다. 2층은 조토가 성인의 생애를 그린 28점의 프레스코 연작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 연작 그림은 예수와 사도의 그림을 제외하곤 가장 화려하다는데 르네상스 미술의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성스러운 성당은 아무리 세속화된 세상이라고 하지만 단정한 복장이 아니면 입장시 규제를 받는다. 사랑하는 성인에게 내미는 영문 기도문도 작성해 제출해 놓았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태어난 인류 세 번째 구원자로서 성인이 된 프란체스코 성인이지만 페루자와의 전쟁에 참전하였고 1년의 포로생활도 했다. 병마에도 오래 시달렸고 거상의 아들 탓인지 방탕한 생활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성인의 삶이 배어 있는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은 본 도시 아래 서남쪽에 떨어져 있는데 성인이 가장 억제하기 힘든 것이 성욕이었다고 한다. 성욕을 떨쳐내기 위해 그가 가시 장미꽃밭에 뛰어들었는데 상처가 나지 않아 살펴보니 장미에서 가시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장미는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하고 비둘기 한 쌍의 전설도 전해진다.

산프란체스코 성당 관광후 고풍스런 골목길을 따라 시내에 들어오니 코무네 광장이다. 이곳은 고대 로마시대에 포로 로마노가 형성되었듯이 2천년전에 건설된 미네르바 신전이 위치한다. 신전의 외관은 그대로이고 신전 정면의 석주는 우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내부는 성당으로 개조되어 들어가 보니 지극히 화려하다. 이제는 시립미술관으로 기능한단다. 이 곳 광장은 중앙에 위치하니 아시시 여행의 중심지이다. 조그마한 광장이지만 동편엔 사자석상이 지키고 있는 분수대가 있어 여행객의 목을 축여주는 기분이었다.

코무네 광장의 미네르바 신전.
분수대에서 남향으로 몇 걸음 골목길에 들어서니 누오바 성당이다. 누오바 광장이라고 표시된 벽 앞엔 성인과 그의 부친 청동상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적에 수도생활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사슬에 묶어두었다고 하는데 그는 오른손에 쇠사슬을 들고 왼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다. 마당엔 대형 청동종 조형물로 전시되어 있었다. 성당내에 들어가 보니 중세 기독교의 분위기는 어디나 다를 바가 없다.

광장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아시시 주교좌 성당인 산루피노 성당이 있지만 포기했다. 성인이 청빈한 삶을 살고자 한 자신의 인생을 거상인 아버지가 반대하자 옷을 모두 벗어 던지며 모든 상속권을 포기하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라고 한다.

산루피노 성당에서 남쪽 방향에 산타키아라 성당이 있는데 가장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성당 뒷길로 가면 가로수길에서 산아래 평화로운 동네를 완상할 수 있다. 성인의 여제자인 성녀 클라라(키아라)는 가장 엄격한 규율을 이어가는 클라라수녀회의 모태가 되었다. 성당지하에는 성체(시신) 및 성녀의 수도복과 일상용품이 보존되어 있다는데 어찌 다 보고 갈 수 있을까.

미네르바 신전 내 클라라 조각상.
그래도 고색창연한 읍내를 빠져나오는 길에 우연히 클라라의 집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수녀원에서의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델질리오 수녀원이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고 한국인 수녀가 봉사한다는데 규율이 까다롭지만 하룻밤 현대문명의 편리성을 내려놓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한다.

로카마조레는 언덕 꼭대기에 우람하게 위치한 중세의 성채이다. 아시시를 떠나 멀리 분지에서 쳐다볼 때 가장 위용이 넘칠 만큼 움브리아 평원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승지이다. 이곳에서 황혼에 관망하는 드넓은 평원의 석조는 피렌체 미켈란젤로의 석양 언덕만큼 묘미라고 한다.

다음은 나폴리 가는 길에 들른 그랑사소 국립공원의 고산준령과 설봉이 압도하는 위용과 그 곳 어느 청춘 남녀의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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