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20> 폼페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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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20> 폼페이①

매몰되었다가 되살아난 유령의 도시

폼페이 입구에서 바라본 폐허 잔해.
2,000년 전에 생동하는 휴양도시 폼페이가 베수비오 산자락에 위치한 지중해 해안 절벽에 있었다. 로마황제와 귀족의 휴양지가 있는 카프리 섬이 바로 앞바다에 떠있는 풍광을 폼페이는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축을 뒤흔드는 단 한 번의 화산폭발로 18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묻혀 그 이후 오랜 역사에서도 까맣게 묻히고 말았다. 서기 79년 8월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은 그날의 공포와 비극을 끔찍한 장면으로 재현했다.

이런 슬픈 사연은 1748년 폼페이가 지하에서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처연하게 온 인류에게 전율을 안겨 주었다. 도시 전체가 뜨거운 화산재에 파묻혔다가 발굴을 통해 전체 윤곽이 드러나면서 일약 전유럽에서 유명관광지로 부상하였다. 인류역사상 이런 비극적인 파멸은 일찍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전무후무했다.

폼페이 야외 반원형극장.
폼페이는 2,000년 전 로마제국의 생활상과 도시의 기능 및 시설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타임머신이나 마찬가지였다. 폼페이의 발굴과 지상출현은 고고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발굴이후 수많은 여행객이 찾아와 수많은 단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화석이 되어 마지막 괴로운 순간을 간직한 로마인의 생생한 모습에서 너무나 경악스런 참사를 그저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비극의 주인공이 된 시민들의 화석 이외에 다양한 도시 기반시설과 주택 등은 고대 로마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므로 고고학계의 보물이 되었다. 왜냐하면 고대 로마제국의 위대함과 당시 도시의 놀랄만한 과학적 기능에 대해 찬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폼페이를 찾아간 사람들은 어떻게 2,000년 전에 고대인들이 극도로 짜임새 있는 계획도시를 건설하고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는지 찬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참으로 로마제국은 인류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게 분명하구나! 고대 도시의 길거리와 광장을 걷고 모퉁이를 돌고 돌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그 발전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여간 고대 로마인의 숨결과 다양한 생활상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폼페이라는 유일무이한 고대도시이다.

폼페이는 나폴리와 붙어 있으므로 나폴리에서 주로 여행을 시작하지만 남쪽으론 소렌토가 있어 그 쪽에서 접근해도 무방하다. 폼페이는 작은 도시이므로 전체를 둘러보는 데 한 나절 정도면 된다. 그러나 천천히 걸으며 골목마다 유심히 들여다 볼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입구로 쓰이는 곳에 위치한 검투사양성소 사각회랑.
폼페이 입구 도로엔 이탈리아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데 검투사 양성소로 입장하게 된다.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양성소 사방엔 열주가 늘어서 있는데 사각회랑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체력단력장으로 사용되던 것을 서기 58년에 네로황제가 잔인한 검투사경기를 즐기면서 검투사양성소가 되었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다른 도시에도 검투사 경기가 활발했지만 날씨가 온화한 폼페이 휴양지에서는 로마귀족과 자유시민들의 오락을 위해 수많은 글래디에이터들이 용감하게 죽어갔다. 그들의 피맺힌 절규와 피를 토하는 참상은 이제는 간 데 없고 겨울에도 푸른 잔디가 말없이 잔인한 현장을 덮고 있다. 그들의 피를 먹고 잔디는 자라고 있다. 검투사의 원성과 저주가 피의 쾌락에 젖은 폼페이 시민들의 함성은 물론 도시 전체를 집어 삼켰는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 보았다. 인간은 원래 잔인한 쾌락을 즐기는 탓인지 처음엔 용감한 노예 검투사가 살아남기 위해 용맹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자유시민도 위험하지만 쓰릴이 넘치는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검투사 양성소에서 바로 이어진 곳이 반원형극장인데 도시의 동쪽편에는 대형 원형경기장도 잘 보전되어 있다.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이 잘 집약된 반원형극장은 5천명 수용규모인데 그리스의 양대 서사시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공연하던 곳이었다. 폼페이 사람들이 짐승처럼 검투사의 낭자한 피에 미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와 음악, 연극을 즐겼으니 인간의 양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양면성을 야누스라고 하나보다.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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