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0> ‘물의 도시’ 베네치아
자동차로유럽여행

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0> ‘물의 도시’ 베네치아

물·도시·인간 어우러진 판타지 공간
천의 얼굴·시시각각 변신…가슴 벅찬 낭만도 함께

마르코광장의 산마르코 대성당. 홍수가 지면 성당 앞의 테이블을 연결해 물에 젖지 않는 데크 길을 만든다.
겨울철이면 자주 발생하는 acqua alta 현상.


베네치아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그 곳을 찾는 이방인들에겐 더욱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물과 뭍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또한 어찌하여 인간과 바다가 운명적으로 서로 얽혀 불가분 소통하고 있을까.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영어식 ‘베니스’와 함께 그 고유한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입에 흔히 오르내린다. 도시 전체가 물과 어울린 베네치아는 지형적으로 너무도 특이한 소도시다. 이곳에선 길이 물이고 물이 길이다. 아예 물길이라고 칭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 도시가 설령 머나먼 이국땅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낯설 수가 없다. 왜냐하면 물에서 태어나고 신체가 물로 이루어진 사람들에겐 이처럼 물에 잠긴 도시가 주는 원초적 친근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탈리아에서 꼭 봐야 할 3대 비경중 하나가 베네치아의 미로 같은 운하에서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광경이라고 했다. 우리 지역 화순 세량제도 전국적인 포토존으로 유명한데 거기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도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는 점을 참고할 일이다.

하여간 베네치아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시시각각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조석으로 인해 실핏줄같이 복잡하게 얽힌 운하의 수위가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바뀐다. 조변석개라는 말처럼 베네치아는 아침과 저녁의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태양빛만이 세상의 분위기를 바꿔 놓은 일반상식을 뛰어 넘는 도시이다. 그래서 물안개가 피는 새벽녘부터 아침 햇빛이 눈부실 때의 워터 월드, 낭만이 넘치는 석양과 노을, 깜깜한 밤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산마르코 광장의 야경까지 베네치아는 변신을 거듭한다. 그래서 베네치아의 변신은 무죄라고 말한다.

베네치아의 하늘 관문은 마르코폴로 공항이다. 도시 북쪽 10km 지점인데 버스 뿐만 아니라 수상보트로도 시내진입이 가능하다. 수상보트는 버스처럼 돌아가니 않으니 이곳에선 물길이 지름길이고 빠른 길이다. 기차는 섬의 북쪽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행의 시작점인 산타루치아역이다. 사람들은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호텔주차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로도 다리를 건너 용케 역 인근의 비좁은 호텔에 묵을 수 있었다.

산타루치아역은 산타루치아 성당을 허물고 건설되었다. 그럴듯한 성당이 어디에나 넘쳐나니 그럴 수도 있나 보다. 지반이 침하되는 지역이라 공사기간이 거의 100년이나 걸려 1952년에야 기차는 수상도시까지 건너갈 수 있었다.

지중해의 아드리아 해에 자리한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177개의 운하와 118개의 섬,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400여개의 다리가 있다. 이렇게 물이 사방을 에워싸는 물의 도시이니 이탈리아 여행의 백미다. 9-15세기에는 동서교역의 중심지였으니 마르코폴로가 원나라를 여행하고 고향인 이곳으로 귀환하여(1295년) 동방견문록을 쓴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베네치아는 18기까지 독립국가를 유지했으니 지역적 특색이 짙게 남아 있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는 어둡기 전에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산마르코 광장까지 복잡한 골목과 수많은 다리를 헤매며 걸어서 찾아갔다. 운하의 물이 예상과 달리 깨끗해 놀랐다.

이곳엔 유명한 탄식의 다리, 리알토 다리와 리알토 수산시장도 있다. 마르코광장은 만조시 물에 잠기는데 주변엔 산마르코성당, 종탑, 2개의 기둥, 그리고 두칼레 궁전이 있다. 광장의 거대한 비둘기 떼도 명물인데 중동인들이 우리에게 비둘기 먹이를 쥐어주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필설로 다 말할 수 없는 숱한 역사적 사건과 유적을 안고 있는 세계적 명승지이니 다음날 다시 찬찬히 마르코광장까지 가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길은 범람했고 어떤 집들은 대문 안으로도 물이 들락거렸다. 현장의 호객꾼에게 8유로 장화를 모두 사기는 아깝고 시간도 넉넉지 않았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것은 물길을 뚫고 마르코광장을 재방문하지 못한 점이다. 물난리가 난 그 시간은 그믐이라 만조시간의 아콰 알타(aqua alta)라는 신비한 자연현상이었는데 밀물에 의한 광범위한 침수로서 홍수라고도 한다. 이는 진도 모세의 기적과 정반대되는 만조 현상이다. 오로지 겨울철 그믐과 보름에만 가능한 물에 잠긴 거리걷기 체험관광인데 놓치고 말았구나. 그 체험을 위해 날짜를 따져 찾아가는 이색 겨울 관광상품도 있다는데 우린 사전에 아무도 몰랐다. 너무 애석했다.

그 곳엔 그 유명한 사공 1인의 곤돌라도 있고, 더 큰 배인 사공 2인의 트라게토도 있으며, 수상택시와 수상버스도 있다. 그 곳은 물이 도시와 인간과 어우러진 기이한 판타지 공간이다.
/동신대 교수·호텔관광학과
자동차로유럽여행 주요뉴스

오늘의 인기기사